순도 99% 금괴, 주식처럼 사고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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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내 최초의 금 현물 시장이 오늘 개장한다. 지금까진 실제 금에 투자하려면 은행의 골드뱅킹을 이용하거나 금은방에 가 실물 금괴를 사야 했다. 하지만 KRX금시장이 개장하면 금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금 시장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형식으로 풀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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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선물시장과 금시장의 차이는 뭔가.

 A. 주식 선물시장과 주식시장을 떠올리면 된다. 투자 대상이 선물이냐 현물이냐의 차이다. 금 시장의 거래 대상은 순도 99.99%의 1㎏짜리 금괴다. 실물은 예탁결제원에 보관되며 투자자들이 금시장에서 금을 사면 이 금괴를 인출할 수 있다. 인출 단위가 1㎏인 셈이다. 투자자가 매매회원인 증권사에 요청하면 증권사가 대신 인출해 전달한다.

 Q. 매매도 1㎏ 단위로 이뤄지나.

 A. 현재 국내 금 가격은 g당 4만6000원 수준이다. 1㎏ 단위로 거래할 경우 5000만원에 육박한다. 거래소가 매매단위를 1g 단위로 한 건 이 때문이다. 소액 투자자들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춘 것이다.

 Q. 시장은 어떻게 운영되나.

 A. 오전 9시에 개장해 오후 3시에 폐장한다. 오전 9시부터 한 시간 동안은 시가 단일가로, 폐장 전 30분간은 종가 단일가로 매매가 이뤄진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30분 사이엔 주식시장처럼 장중 경쟁매매를 통해 가격이 정해진다. 호가 가격 단위는 10원 단위로, 호가 제한폭은 ±10%다. 기준가격을 10% 초과하거나 기준가격의 10% 미만인 값으로는 호가를 제시할 수 없다. 매수 대금은 100% 사전 예탁해야 하며 결제는 당일 이뤄진다. 오전 중 거래 분은 당일 인출이 가능하다.

 Q. 금은 어떻게 공급되나.

 A. 거래소가 지정한 제련업체와 금 수입업자가 공급한다. 일명 장롱금으로 불리는 개인 보유 고금은 거래소를 통해 팔 수 없다. 불법 거래되는 무자료 금의 대부분은 고금을 모아 만든 정련금이다. 정련금 역시 거래되지 않는다. 시장 양성화를 목표로 하는 금시장의 약점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한국거래소는 “단계적으로 정련금이 거래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Q. 금시장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나.

 A. 개인 투자자는 증권사나 선물사에 계좌를 개설한 뒤 주식 투자 때 쓰는 홈트레이딩서비스(HTS)를 이용해 거래할 수 있다. 금시장은 주식·선물 시장과는 다른 별도의 시장인 만큼 계좌를 처음 개설할 때 투자설명서를 받고 주의사항을 청취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2년 이상 영업을 지속해왔고 지난해 매출이 1억원 이상인 사업자도 회원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Q. 거래 수수료는 없나.

 A. 거래소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1년간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증권사에 내는 위탁수수료는 내야 한다.

 Q. 금시장을 이용하면 어떤 세제 혜택이 있나.

 A. 법인의 경우 매매차익에 대해 소득세(법인세)를 내야 하지만 개인은 아니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양도소득세가 면제된다. 금 거래로 발생한 소득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금 수입업자의 경우 수입한 뒤 하루 이내 금시장에 금을 매도하면 관세가 면제된다. 금을 인출할 경우 10%의 부가세가 부과되지만 인출 없이 장내 매매만 할 경우 이 역시 면제된다.

 Q. 현물을 인출할 경우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는 기준은 뭔가.

 A. 실제로 금을 사들인 가격을 감안해 이동평균가격을 계산해 부과된다. 장기간에 걸쳐 적립식으로 매수한 경우에는 과거 시세를 반영해 세금을 매긴다.

 Q. 기존의 장외시장 거래와 금시장을 이용한 장내거래의 차이점은.

 A. 장외 시장에선 디자인과 세공에 따른 판매자의 이익과 부가세 등이 포함된 가격으로 거래되지만 장내에선 이것들이 제외된 순수 금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다. 장외 시장에서 개인이 금을 거래할 경우 시세를 알기 어려운 반면 금시장에선 이런 우려가 없다. 실시간으로 금가격이 고시되기 때문이다. 거래소에선 금시장이 ‘가격 발견 기능’을 해 장외시장 거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Q. 은행 골드뱅킹 상품과의 차이는.

 A. 골드뱅킹 상품의 투자 대상은 국제금이다.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금시장은 국내 시장이기 때문에 환율 위험이 없다.

 Q. 금펀드와 금시장은 관련이 없나.

 A. 시중에 출시되어 있는 펀드 등 금 관련 간접투자 상품 역시 국제금을 투자 대상으로 한다. 아직 KRX금시장을 활용한 간접투자 상품은 나와 있지 않다. 이들 상품이 본격 출시되면 금시장 거래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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