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교육 개방 명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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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정부가 논란 끝에 교육개방 1차 양허안(개방계획서)을 제출시한인 이달 말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일단 양허안 제출을 미루고 교육전문가.교육단체의 의견을 더 수렴한 뒤 개방 여부와 수준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재정경제부.통상교섭본부 등의'개방 불가피론'에 양보했다. 국내의 반발도 있으나 대외적인 신뢰를 감안해 결국 개방 쪽으로 기운 것이다.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이달 말까지 양허안을 제출키로 한 국제적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국가신인도에 금이 간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육분야도 어느 형태로든 빗장을 열게 돼 앞으로 국내 교육환경.체질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개방 수준은 향후 협상에 달려=정부는 이번에 제출할 양허안에 고등(대학).성인교육 부분만 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초.중등교육 개방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고등.성인교육도 국내법에 정해진 수준 이상의 개방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현행'고등교육법''대학 설립.운영 규정'등에 따라 ▶학교법인(비영리법인)만 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하고▶외국 분교의 이익금 본국 송금은 계속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에선 이보다 폭넓은 개방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과정에서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수준 이상으로 각종 '제한'이 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국가간 이견이 극심해 향후 협상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교육시장 어떻게 변하나=협상과정에서 대학교육의 개방폭이 확대돼 외국대학의 진출이 실질적으로 가시화될 경우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대학들의 도태 등 대학교육의 질적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술계와 예.체능계 전문학원, 외국어학원 등 성인교육 시장의 개방이 명문화된다. 이로써 교육 소비자의 선택의 기회가 넓어지고 전반적인 교육의 질 향상이 기대된다.

외국에 직접 나가지 않고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용학원.디자인학원 등의 교육프로그램을 국내에서 이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도 국내법상 학원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인가제가 아니라 허가제로 돼 있어 설립이 어렵지 않지만 양허안 제출을 통해 공식적으로 개방이 이뤄질 경우 국내 진출 외국계 학원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형식적 개방은 효과 반감=국내 대학의 경우 정부안대로 제한이 가해지면 당장은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영리법인의 대학설립과 이익금 송금을 허용하지 않고 서울.경기지역에는 원천적으로 대학을 세울 수 없는 등 국내법상의 제약이 그대로 적용된다. 이런 상황에선 어떤 외국대학도 국내에 들어오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부 교육전문가들은 양질의 외국 교육서비스가 들어올 수 있도록 지금보다 제한을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제도화하는 등 개방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만희 연구원은 "이왕 개방을 한다면 외국 우수대학이 국내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개방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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