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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가요 규제|문제점 많다|각계의 반응을 알아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방륜이 17일 외국가요 1백37곡을 방역금지 조치한 것은 이들이 예륜의 사전심의를 거친 노래들이라는 점에서 또한 금지곡 선정기준의 모호성과 이미 퇴조기미를 보인 노래들을 뒤늦게 금지한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들 가요의 금지이유는 저속·퇴폐·불온·반전등 31개 항목에 이르나 크게 분류하면 가사나 곡의 저속성과 부수성이 문제된것이다.
방륜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7월 이후 대중문화건전화운동이라는 큰 흐름속에서 추진해온 「라디오」와 TV「프로」중 어린이·청소년대상 「프로」에 대한 정화작업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우리의 대중문화속에서「팝·송」이 차지하는 비중과 방송이 주는 큰 영향력을 생각할때 그 저속성과 불온성을 추방해야한다는 것은 지배적 견해다.
이번 1백37곡을 금지이유별로 보면 「퇴폐」가 61곡, 「외설」이 25곡으로 제일 많고 「불온」이 22, 「반전」이 15, 「사회저항」이 14곡등의 순서로 되어있다.
이중에는 이미 6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히트」했던 『이자벨』『다이너마이트』『네버·온·선데이』『슬로울리』(이상 저속·퇴폐) 『더·하우스·오브·라이징·선』(퇴폐) 『딜라일라』 (폭력) 『키스·미·퀵』 (저속·퇴폐)등이 포함되어있다.
그러나 방륜의 금지곡 선정기준이 어떤 것이며 왜 뒤늦게 금지조치를 해야했는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고있다.
음악평론가 박용구씨는 『일반적으로 모든 음악이 그렇지만 특히「팝·송」은 그 가사보다는「멜로디」를 즐기는 것이다』고 말하고 외국의 풍조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우리대중문화에도 문제가 있지만 세계의 젊은이들이 그것을 통해서 공감을 갖는 「팝·송」을 가사의 문제만 가지고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반전이나 불온성을 띤 이유로 외국가요들이 금지조치된데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지만 『레솜므』 (전장에서 싸우는 남성들) 『프레쿨드·페이스트·솔디어』 (소년병) 『더·웨이·아이·원트·무·더치·유』 『딜라일라』등이 어떻게 반전이나 폭력·외설의 기준에 들어갈수 있는지에 의문을 표시하고있다.
대중음악이 본래 양달의 음악이 아니고 응달의 음악이기 때문에 어떤 「팝·송」이 우리에게 널리 불리어지고 있다면 우리에게도 그런 응달이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경음악 평론가 최경식씨는 영국의 BBC나 미국의 NBC등에서도 지나친 외설이나 반항적인 내용을 담은 노래들은 자율규제를 하고 있는 예가 있어 기존방송국 자체심의기능의 강화가 더 바람직 하다고 말하고있다.
최씨는 음반을 통한 공산주의사상의 침투는 마땅히 경계되어야 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다른 노래들까지 일괄금지 조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방륜의 이같은 조치에 사권심의 기관인 「예륜」의 태도가 어떻게 나올것인지가 앞으로의 주목거리.
방륜의 조치에 따라 예륜에서도 이러한 음반의 제작판매를 금지한다면 이미 승인한 「레코드 라이선스」를 스스로 부인하는 결과를 낳게 될것이다.
한편 각 방송국의 실무진들 (PD나 DJ) 은 방송금지조치 이후에도 『해뜨는 집』 『딜라일라』등이 엽서나 전화를 통해 계속 방송요청이 되고있지만 아예 선곡 대상에서 제외할수밖에 없어 서운하다고 말하고 있다.
방륜은 이번 1백37곡의 외국가요 금지조치에 이어 곧 2, 3차의 금지곡을 더 발표할 예정으로있어 우리나라 「팝·송」청취 가능 곡수는 점차 줄어들것만 같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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