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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프롬·이극찬 역 인간상실과 인간회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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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유로부터의 도피』『건전한 사회』등과 함께 프롬의 저작 중 가장 널리 읽힌 책이다. 독일태생의 유대인이고 신 프로이트 학파에 속하는 정신분석학자이면서 그의 관심은 특히 20세기 인류문화와 사회현상에 깊이 쏠려 있다는 사실과 그의 인간관이 다분히 실존주의적 색채를 지니고 있다는 점 등 프롬 식의 일반적인 특징이 골고루 나타난 저작이다.
인간의 삶은 그 자체가 예술이고 인간은 자기자신이 자기 삶의 예술을 창조해 가는 예술가이면서 또 자기 예술의 재료라고 보는 것이 프롬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삶의 예술(Art : 역자는 기술이라고 번역했지만)을 선과 윤리라고 하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간성 속에는 선한 윤리적 삶을 실현할 수 있는 자연적 가능성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프롬의 신념이다.
그러한 자연스러운 인간성을 실현하는 것이 인도주의적 사회를 이룩하는 길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합리적 이성의 힘이 작용해야만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 강조하고 있다.
저자자신의 말대로 이 책은 그의 대표작『자유로부터의 도피』의 속편 내지는 결론적인 내용에 해당된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내용의 박력과 설득력은 그만 못한 감이 있다. 혹시 이 프롬의 가장 약한 부분이 바로 윤리학이 아닌가 싶은 의심이 생길 만하다.
인간의 자연성을 논하는 내용에서는 마치 장자의 제물 논을 연상케 하는데 그러한 인간성의 실현을 위한 유일한 도구로 강조하는 것이 이성과 합리성이기 때문에 어딘지 설득력이 약해지는 것 같다.
인류는 과연 이성과 합리적 사고의 힘에 의해서만 구제될 수 있을까. 프롬의 인본주의는 그가 지닌 인간성에 대한 신뢰의 표현일 것이다. 그의 실존적 자세는 인간의 책임을 자각하도록 해준다. 그의 정신분석은 현대 인류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을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그러나 그의 동양철학적 이해방법의 시도는 적어도 본서에서는 어색한 감이 없지 않다. 원문의 내용이 딱딱하고 어려운 편인데 비해 번역된 문장은 훨씬 부드럽고 이해하기 쉽도록 씌어졌기 때문에 비전문가라도 읽는 데에는 부담을 느낄 필요가 거의 없다. 역자는 연세대교수 (정치학).
김인회<교육철학·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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