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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아마존' 제국 냉혹한 지배자 제프 베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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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가 2012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전자책 태블릿 ‘킨들 파이어 HD’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21세기북스]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브래드 스톤 지음
야나 마키에이라 옮김
21세기북스, 439쪽
1만8000원

“관점의 차이는 IQ 80점의 차이에 준한다.”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앨런 케이의 말이다. 어쩌면 위대한 도전도, 천재적인 발견도 ‘다르게 보기’에서 출발한 것이 아닐까. 콜럼버스의 달걀이나 뉴턴의 사과가 그렇듯이 말이다.

 1994년 초 뉴욕 월스트리트의 잘나가는 펀드회사 30살 부사장이 IT잡지를 펼친다. 인터넷의 웹 활동이 1년 사이에 2300배가 늘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그는 “기이하다”고 느꼈다. 재빨리 이런 환경에 적합한 사업을 떠올려 봤다. 사무용품·의류·책·음반 등 20개 품목을 적어내려 갔다.

그 중 책에 시선이 꽂혔다. 어디서 사든 똑같고, 배송하기도 쉽다. 더욱이 출간된 책은 300만 종인데, 아무리 큰 서점이라도 모두 들여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곧바로 사표를 던지고 동지를 규합했다. 시애틀로 옮긴 그는 주택가 차고에 온라인 소매상을 차린다. 바로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조스 이야기다.

 저자는 “목표지향적이고 재주 많은 CEO로 자란 어느 재능 있는 아이의 이야기이며, 인터넷이라는 혁명적 통신망과 ‘에브리싱 스토어(Everything Store)’의 거창한 비전에 모든 것을 건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책을 소개한다.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온 월가의 고액 연봉자가 앞날이 보장된 자리를 ‘후회 최소한의 법칙’에 따라 박차고는 ‘30%의 성공 가능성’에 자신을 몰입하는 과정이다. 줄이면 ‘꿈꾸는 천재의 꿈 같은 이야기’ 쯤이다.

 처음 이름은 ‘아마존’이 아니었다. ‘집요하다’는 뜻의 ‘릴렌트리스(Relentless)’를 고려했다. 그런데 동료들이 꺼려 사전을 들고 A부터 살피다 ‘아마존(Amazon)’에서 멈췄다. 세계에서 가장 큰 강이 아닌가. 지류도 200여개에 이른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모이고, 모든 것을 파는 상점’에 걸맞았다. 물론 ‘집요한’ 그는 아직도 ‘릴렌트리스’ 도메인을 아마존에 연결시켜 사용하고 있다.

 큰 강도 작은 샘에서 시작하듯, 아마존도 책 몇권으로 출발했다. 이제는 각종 전자제품에 의류와 기저귀까지 판다. 그의 경영철학은 단순하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최단시간에 전달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프라임에어 프로젝트’를 선보였는데, 고객이 주문 버튼을 클릭하면 무인항공기를 이용해 30분 내에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닥친 첫 도전은 미국 내 최대 서점인 ‘반스앤노블’이었다. 오프라인 창으로 무장한 골리앗에게 아마존은 온라인이란 돌팔매를 던졌다. 결과는 골리앗의 파산위기다.

 그는 일 중독자이자 냉혈한이다. “일과 가정의 조화…”를 말하는 직원은 짐을 싸야 했다. 사훈도 ‘급성장하라’이다. 마치 소방호스로 물을 마시듯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급성장을 추구했다. 경쟁 상대는 가차없이 밟았다. 소위 ‘기저귀닷컴’을 인수할 때는 상대가 가격을 얼마로 책정하든지 무조건 10%이상 낮춰 맞섰다. ‘무한 출혈경쟁’으로 제압한 것이다.

 그의 목표에 비하면 지금의 ‘아마존’은 겨우 안데스산맥을 내려온 셈이다. 앞으로 수많은 지류를 더하며 바다로 향할 것이다. 아니 우주로 날아갈지 모른다. 드라마 ‘스타트렉’에 빠졌던 그는 고교 졸업 연설도 “우주, 마지막 개척지…’로 시작해 “우주정거장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지구를 자연보호구역으로 만드는 꿈”으로 끝맺는다. 그가 우주선 회사 ‘블루 오리진’을 차리고, 종이 없는 전자책 ‘킨들’을 낸 것도 이 꿈의 연장선일까.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IT전문기자인 저자는 아마존 전·현 임직원과 300회 이상 인터뷰하고, 베조스와 10여 차례 대화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책이 나오자마자 아마존 고객리뷰에 “부정확한 사례가 너무 많다”는 장문의 혹평이 달렸다. 평점은 별 하나(만점 5개)를 매겼다. 주인공은 베조스의 아내 멕켄지였다.

 그렇더라도 이 책은 묘한 흥분을 준다. 꿈에 부푼 젊은이는 물론, 뭔가 시작하기엔 늦은 듯하고 그렇다고 단념하기엔 이른 듯한 ‘오후 3시의 중년’에게도 한 자락 기대감을 갖게 한다. 아마존 본사의 검은 명판에 새겨진 ‘오늘은 그저 거대한 미래의 첫날일 뿐’이라는 베조스의 글이 눈 앞에 어른거린다.

박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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