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미·일 회담, 한·일 관계개선 계기 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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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24~25일 네덜란드 핵 안보정상회의 기간에 열린다고 정부가 21일 발표했다. 회담 일시는 3국이 조정 중이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처음 마주하게 됐다. 한·일 정상 간 회동은 22개월 만이기도 하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래 한·일 정상의 첫 만남이 미국 정상을 사이에 두고 이뤄진 적이 있었던가. 비정상의 한·일 관계는 여전하다.

 3국 정상회담은 시의적절하다. 북한의 핵 개발을 비롯한 동북아 정세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등 세 정상이 다뤄야 할 공통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안보 환경이 바뀌는 상황에서 3국 간 협력은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의 국방비 삭감으로 동맹 운용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번 회담은 한·일 양자 간 현안을 다루는 자리가 아니지만 두 정상이 하기에 따라선 양국 국민의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를 복원해 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일본에선 혐한(嫌韓) 분위기가 도를 넘었다. 한국에서도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최악이다. 이를 완화시키지 않으면 한·일 관계는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국내의 정치적 리스크만 고려할 게 아니라 공공외교(public diplomacy)의 시점에서도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3국 정상회담이 한·일 정상회담과 관계개선의 징검다리가 되기 위해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이 불가결하다. 우리 측은 아베 내각에 고노·무라야마 담화 계승과 더불어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요구해 왔다. 93년의 고노 담화는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사죄했고, 95년의 무라야마 담화는 일제의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반성·사죄했다.

 마침 양국 외교 당국은 이 문제와 관련한 국장급 회의 개최를 협의 중이라고 한다. 양국은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의 동력이 살아 있을 때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엄을 회복하는 조치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양자 정상회담의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베 내각이 고노·무라야마 담화에 어긋나는 언행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한·일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일본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