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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되풀이한 유엔 총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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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엔 총회 본회의는 19일 한국문제에 관한 상충하는 서방·공산 양측 결의안을 모두 통과, 확정시킴으로써 정치 위에서의 과오를 되풀이했다. 표결결과는 서방측 안이 찬성 59, 반대 51, 기권 29표였으며 공산 측 안은 찬성 54, 반대 43, 기권 42표였다.
서방측 안은 정치위원회 표결결과와 똑같았으나 공산측 안은 정치 위에 비해 찬성이 3표, 반대가 5표 늘어 찬·반 표 차가 13표에서11표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 정도의 투표성향변동은 별 주목할 것이 못된다.
중요한 것은 상충되는 2개 결의안의 동시통과로 한국문제에 대한 유엔의 해결기능이 완전히 혼돈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이다. 2개 결의안의 동시인정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조장될 뿐 아니라 오히려 남-북한 대립이 격화될 위험성마저 높아진 것이다.
북괴는 공산측 결의안의 통과에 힘입어 그들의 궁극목표인 적화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갖가지 책동을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서방·공산 양측 결의안은 모두 남북대화의 계속과 유엔 군사의 해체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두 결의안의 목표와 유엔 군사 해체를 달성하는 방법은 완전히 상치된다.
서방측 안은 유엔 사 해체에 앞서 유엔 군사령부를 일방당사자로 하고 있는 휴전협정의 효력을 유지, 또는 대체하기 위한 직접관계 당사자들의 협의를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협의가 이루어지면 76년 1월1일을 기해서 유엔 군사를 해체하겠다는 것이다. 유엔 군사는 언제라도 해체할 수 있으나, 사전에 휴전체제의 공백을 막는 조치가 마련되어야겠다는 것이 서방측 안의 핵심이다.
이에 반해 공산측 안은 유엔 군사의 무조건 해체·주한외국군의 철거 및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를 요구하고 있다. 대안 없는 유엔 군사의 해체로 휴전협정을 백지화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켜 한반도의 휴전상태를 지탱할 법적·실제적 균형의 공백상태를 초래하려는 저의에서 나온 것이다. 공산 측 안은 이러한 저의를 은폐하기 위해 휴전협정의「실제정당사자」간에 이른바 평화협정체결을 내세웠다.
그러나 북괴가 밝혔듯, 미-북괴간 평화협정이라는 것은 당치도 않을 뿐더러 그들의 침략저의를 가리기 위한 눈가림일 뿐이다. 북괴가 침략을 했고, 또한 침략을 하려는 대상이 한국인 바에야 당사자인 한국을 제외한 한국문제의 해결이 어찌 운위될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공산 측 결의안은 한반도의 무 협정 상태를 조성하여 남침의 길을 트려는 북괴의 저의가 담긴 위험한 내용이다. 북괴는 그들이 불리한 때는 유엔의 권위와 권능에 30년간이나 도전했지만, 최근 유엔의 판도변화를 틈타 그들의 목표달성에 유엔을 이용하려는 2중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도 그들이 바라지 않는 유엔 결의는 전면 무시하고 있다. 73년과 74년의 유엔 총회 결의에서 요구한 남북대화의 강화를 북괴는 계속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북괴는 앞으로도 그들의 적화통일기도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아닌 이상 유엔의 어떠한 결의도 유린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한 만큼 유엔의 한국문제에 관한 토의나 결의가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결국 한국문제의 평화적 해결방식은 남북한간의 대화와 한국휴전협정의 당사자들에 의한 협상의 길 이외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통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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