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8층에 불, 한집 태워|검사 일가7명 사망(부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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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0일 상오2시35분쯤 부산시중구대창동1가54의7 부원「아파트」 8층10호 윤병정씨(39·부산지검검사) 집에서 불이 나 24평 짜리 윤씨집이 모두 불타고 윤씨와 윤씨의 아내 양영자씨 (35) 장남우석군(10) 장녀 혜원양(6) 3남 고성군(5) 동생 준환군(16) 여동생 윤영양(18) 등 7명이 숨지고 2남 준성군(9) 이 중상, 「아파트」주민 4백여명이 피신하느라 큰 소동을 벌였다.
불은 처음 출입구옆 취사장 쪽에서 일어나 안방과 거실 쪽으로 번졌는데 잠자리에서 놀란 윤씨가족들은 출입구쪽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동쪽 창문쪽으로 피신, 높이 18m의 창문으로 뛰어내려 윤씨와 아내양씨·동생 준환군·장남 우석군등 5명은 땅바닥에 떨어져 숨지고 혜원양과 고성군은 피하지도 못하고 불타 숨졌다.
불은 옆집으로는 번지지 않고 1시간만에 꺼졌다. 불은 처음 순찰 중이던 항만파출소 이교열경장(33)이 발견, 화재현장에서 1백m떨어진 중부소방서에 신고했으나 소방차는 화재발생 20분 후에야 출동했고 철문으로 된 출입문을 부수느라 5분 가량이 걸려 진화작업이 늦었고 윤씨집은 철문안에 또 「셔터」문을 설치, 가족들이 출입문쪽으로 피신을 못해 이같이 많은 인명피해를 냈다.
잠결에 뛰쳐나온 주민들은 윤씨가족들이 창문밖에 매달려있는 것을 보고 바닥에 이불을 깔고 뛰어내리도록 하자 윤씨는 장남우석군과 2남 준성군을 보자기에 싸서 던지고 자신도 뛰어내렸으나 준성군만 중상,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은 윤씨가 9일밤11시쯤 술을 마시고 들어와 탈출당시 정장을 하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 담뱃불이나 전기누전으로 불이 났는지를 조사중이다. 이 「아파트」는 71년에 건립한 연건평4천평의 12층으로 1백40가구, 4백80명이 입주해있다.
윤검사는 경남 거제군 장승포읍 덕포리에서 출생, 서울법대 재학중인 61년에 13회 사법시험에 합격, 63년에 검사로 임관된후 청주·서울지검검사와 금산 지청장을 거쳐 74년1월 부산지검에 부임, 조세전담검사로 봉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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