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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 러시아어로 최초 완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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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러시아 한국학을 대표하는 미하일 박(84) 모스크바 국립대 명예교수가 번역한 '삼국사기' 러시아판의 마지막 셋째권이 최근 선보였다.

서구 언어로는 첫 번역이며, 해외 한국학 연구 수준을 크게 향상시킬 기초 작업이다. 박교수는 1950년대 중반부터 '삼국사기' 러시아어 번역을 시작했다. 박교수 개인으로선 평생을 바친 작업이다.

모두 3권으로 나온 '삼국사기'는 첫째권 '신라본기'가 59년 출판됐고, 둘째권 '고구려본기''백제본기'가 95년 나왔다. 그리고 셋째권 '잡지''열전'이 2002년 12월 빛을 봤다.

미하일 박교수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그의 제자이기도 한 박노자(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교수의 특별 기고문과 함께 싣는다.

미하일 박교수는 "이번 '삼국사기' 완역이 해외 한국학 연구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미하일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삼국사기' 번역의 의미는?

"1959년의 '신라본기' 러시아어 번역은 하나의 촉매제가 돼 중국.일본학의 동료들에게 사서(史書) 원자료의 번역에 대한 의욕을 북돋웠어요. 그 후로는 중국학 동료들이 사마천의 '사기' 번역에 착수하고 일본학 쪽에서 '일본서기' 번역을 시작했는데, '신라본기' 번역본 출판 이후의 일이었어요."

-번역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텐데요.

"가장 어려웠던 점은 텍스트의 진의를 그 시대의 문맥에서 올바르게 파악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늘 그 시대의 중국 사서를 참고하면서 일했어요. 보람이라면, 잘못된 학설을 반박하고 역사적 진리를 캐낼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예컨대 백남운 선생을 비롯한 북한 학자의 소위 '삼국시대 노예 소유제설'이라는 50년대 초반의 이론을, '삼국사기'와 '신당서'의 텍스트를 근거로 해서 반박할 수 있었어요. 노예소유라는 것이 그 시대 사회의 하나의 요소이었지만, 사회 구성의 기본 구조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원자료에 의거해 입증한 것이지요."

-현재 러시아에서 한국학의 연구 수준과 동향은 과거와 비교해 어떻습니까?

"과거에 비해 연구 사업의 규모와 범위는 크게 위축됐어요. 소위 페레스트로이카와 구체제의 붕괴는 우리에게 엄청난 타격을 주어 큰 희생을 강요했어요.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국제 교류의 활성화, 외국 자료의 유입으로 학술적 수준이 향상된 측면도 있어요."

-해외 한국학 연구의 특징은?

"한국 내지 북한의 국내 정치나 사상적 유행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비해 학자의 수도 턱없이 적고, 한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여러 나라에 분산돼 서로 협력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 체계성 있는 탐구가 어려워요.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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