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되는 금융스포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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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운동선수들은 은행을 피하라.』 이는 최근 「스포츠」계의 새로운 유행어다.
한국「스포츠」의 근간이 되고있는 금융「스포츠」계가 이같이 선수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는 것은 지난5월 금융계부조리 제거에 의한 소위금융정상화 조치이후 시간외수당이 대폭 삭감, 행원선수들의 봉급 「베이스」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중에도 일반행원들은 종전의 시간외수당이 절반정도 나오는데 선수들의 체육활동에 따르는 시간외 수당은 전혀 인정되지 않아 그 차이는 아주 심하다.
예컨대 대학졸업선수의 시간외수당을 받는 급여「베이스」가 6만원대로 떨어져 일반 행원들과는 2∼3만원의 차이가 생기게 됐다.
이와 같이 「스포츠」를 멀리해, 나아가선 백안시함으로써 선수들은 모두 의욕상실, 빠른 은퇴나 이적을 노리고 있어서 금융「스포츠」는 최악의 위기에 놓여있다. 하반기에 들어 기은농구 「코치」이던 신동파씨가 대평양화학여자 「코치」로 간것이나 축구선수 변호영(서울은)박수덕·강기욱 (기은) 등이「홍콩」「세미·프로」「팀」으로 이적한 것은 모두 이 낮은 급료 때문이라 할수 있다.

<롯데야구, 문전성시>
최근 「롯데·자이언츠」야구 「팀」이 창설을 서두르자 이「팀」에 들어오려는 은행선수들이 급증, 김동엽감독이 난처한 입장에 빠져있다고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
심지어 상은 야구 「팀」의 명백만감독은 지난 9월 「롯데·자이언츠」의 공개 「테스트」장에 나와 뽑고난 찌꺼기 선수라도 「스카웃」하겠다고 말했다.
또 내년봄 건국대를 졸업하는 한국대표 중견선수 이해창선수는 이미 지난봄 농협서 발령을 받았지만「롯데」가 창단되자 이젠 농협과의 내약을 후회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전매청등 큰 각광>
농구의 경우 그동안「스카웃」에 있어 은행에 눌려 찬밥을 먹던 전매청이 갑자기 크게 인기를 끌어 「스카웃」에 우위를 선점, 내년 「시즌」엔 일약 우승을 기대할수 있게됐다는 얘기.

<일당천원도 안돼>
특히 여자농구에 있어서 은행선수들의 사기는 최악의 저조상태이다. 한달 월급이 3만3천원인데 실수령액은 2만9천원정도. 그래서 2배 이상의 보수를 받는 다른 실업단선수들과 「코트」에서 대결하면 자존심이 상해서 도저히 뛸 의사가 안생긴다고. 『일당 1천원도 안되는 주제에 훈련이고 경기고 모두 때려치우고 싶을 뿐이예요.』 S은행 창단 「멤버」로 4년동안 선수생활을 해온 한 여자선수는 이같이 자조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포철」에 선수쇄도>
축구에 있어서는 금융「팀」의 두배에 가까운 봉급을 주는 포철에 내년 봄에 졸업하는 선수들이 자천·타천으로 몰려있고 한전의 경우도 예년과는 달리 대학·고교졸업 선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있는 실정이다.

<은행, 선수난 심각>
반면 은행은 긴축재정으로 그나마 선수 TO마저 크게 줄어 내년「시즌」부터는 심각한 선수난으로 현역감독은 물론 이미 은퇴해 일반직에 있는 왕년의 선수들이 다시 「그라운드」나 「코트」에 나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됐다.
금융단「스포츠」가 축구·농구·야구등의 국제무대에서 한국의「이미지」를 심는데 결정적인 수훈을 세워온 것은 엄연한 사실.
이런 점에서라도 금융단「스포츠」에 정책적인 배려가 있어야만 한국 「스포츠」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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