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밤은 천연의 건위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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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가을이 되면 우선 식욕이 눈에 띄게 왕성해진다. 여름 내내 입맛이 없어 시들시들하던 사람들도 드높은 하늘아래 오곡이 무르익고 갖가지 열매 등이 주렁주렁 매달리기 시작하면 왕성한 식욕과 함께 활기에 넘친다.
그래서 가을을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했다. 하늘이 그지없이 맑아지고 만물이 살찌는 계절인 것이다.
봄·여름·가을·겨울 가운데 가을은 분명 질병이 가장 적은 계절이기도 하다.
『비축의 계절』이 의미하듯 가을은 체내에 영양분을 축적, 체력과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계절이다.
그러나 모든 음식물이 생명물질로 전환하는 전초기지인 위장이 튼튼하지 않으면 왕성한 식욕과 활기에 넘쳐야할 가을도 고통의 계절일 수밖에 없다.
위장이 좋지 않은 경우 소화가 잘 안되기 때문에 건강이 나빠지기도 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위장이 튼튼하면 장내세균에 의해 「비타민」K의 합성이 촉진, 그 결과 혈청「칼슘·이온」이 증가되어 혈액이 정상상태, 약「알칼리」성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위장이 나빠지면 「비타민」K의 합성이 억제되고 혈청「칼슘·이온」이 떨어지며 혈액이 「애시도시스」(산혈증)를 일으키므로 전반적으로 건강상태가 나빠지게 되는 것이다.
『위장이 튼튼함』을 건강·장수의 비결 제1조건으로 꼽는 이유도 바로 이런 점에 있다.
그렇다고 위장이 나쁘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다. 유쾌한 생활과 균형 있는 식생활은 건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을에는 천연의 건위제가 있지 않은가.
가을에 영그는 과일 중 대표적인 것으로 풍성함과 윤택함을 상징해주는 밤이 바로 그것이다.
밤에 함유되어있는 탄수화물 중에는 위벽을 튼튼하게 하고 위장 기능을 강화하는 성분이 들어있다.
그래서 예부터 배탈이 나거나 설사가 심할 때 군밤을 먹도록 한 것이다.
위장기능이 약하다고 해서 함부로 시판되는 위장약을 사먹기보다는 차라리 밤을 몇 개 구워먹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더우기 밤에는 단백질·탄수화물·지방·무기질(미네랄)·「비타민」등 5대 영양소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들어있다.
「칼슘」·「나트륨」·인·철분 등 무기질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는데 그중「칼슘」함량이 32㎎%인 것은 특기할만하다. 그리고 「비타민」도 A, B₁, B₂, 「니코틴」산, C가 소량씩이나마 골고루 들어있다. 특히 우리에게 「지아민」으로 널리 알려진「비타민」B₁은 0.3㎎%나 들어 있으며 피로회복·피부미용·감기예방에 특효를 발휘하는 「비타민」C의 함량은 30㎎%나 된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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