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평한 자원분배는 공산주의 자초의 소지|영국의「마르크시즘」연구가「윗킨즈」교수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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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세아정책연구원(원장 민현식)은 11일 하오 동 연구원에서 영국의 저명한「마르크스」주의 연구가「윗킨즈」박사(「셰필드」대학 정치학 교수 겸 왕립국제문제연구소회원)를 맞아『민주주의와「마르크시즘」의 도전』이란 주제로「세미나」를 가졌다. 통일원 산하 평화통일연구소가 주최한 국제학술회의에도 참석한「윗킨즈」교수의 주제발표가 끝난 뒤 동경대학「세끼·히로하루」교수는 일본의「마르크시즘」현황에 관한 설명을 했으며 뒤이어「윗킨즈」교수와 참석자 사이의 토론이 진행됐다. 다음은「윗킨즈」교수가 발표한 주제요지 및 토론내용.
정치의 본질적인 문제는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하느냐 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왔다.
공산주의와 자유주의 사회의 대결도 따지고 보면 이 자원분배문제와 깊은 연관을 가지고있다.
자유사회의 자원분배현상을 볼 때 근본적으로 불안한 생각이 들게된다. 한사람의 자유가 다른 사람의 부자유를 초래하는 사회가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분배현상으로부터 오는 불안은 자유사회의「이미지」를「불안전한 사회」로 만들며 특히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고있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은 인간사회의 모든 악을 제거하고 이상사회를 건설한다고 선전해대는 공산주의 사회에 관심을 갖게되며 기존사회가 사회발전의 방해물이 아니냐는 회의를 품는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공산사회는 그 이론과 실제사이에 넓은 격차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공산주의 사회에는 불평등이 없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이것은「난센스」다. 그 사회에서도 사치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고 분배의 불공평이 있다.
나는 공산주의가 젊은이들에게「어필」하는 이유를 자기들이 살고있는 자유세계가 불안전한 사회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찾고싶다.
이렇게 젊은이들을 파고드는 공산주의의 도전을 어떻게 맞서나가고 이겨나갈 것인가. 나는 그 방법으로서 젊은이들에게 공산주의 사회의 이론과 실제의 격차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것을 권하고자 한다.
경제발전과 공산주의 도발억제라는 정치적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도 진정한 친구의 한사람으로서 나는 이와 같은 방법을 권하고자한다.
흔히들 공산주의와의 대결은「아이디어」싸움이라고 하는데 옮은 말이다. 공산주의 사상은「바이러스」와 같은 것으로 면역성이 적은 젊은 층에 가장 잘 침투되기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이에 대한 면역성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한창 시끄러운「포르투갈」도 젊은 군인들과 학생들에게 공산주의 사상이 침투하는 것을 제대로 막지 못한데서 정정의 불안을 겪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공산주의라는 적을 표면에 끌어내서 대결하자는 것이다. 학생들에게도「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을 읽게 하고「레닌」의 강령을 보게 하여 젊은이들 스스로 공산주의가 무엇인가를 알게 하고 이를 비판토론과 학문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게 해야 한다.

<토론요지>강연 후 일본「세끼」교수와 토론|"한국은 과세통한 소득재분배로 경제적 헛점 없애야"
일본동경대의「세끼·히로하루」교수는 일본사회에 세력을 넓혔던「마르크스」주의에 관해 설명하면서 일본은 민주주의가「마르크스」주의에 의해 도전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끼」교수는 일본도 최근 실업·경제불황·공해 등에 직면하고있는 난제가 산적해 있으며「마르크스」주의는 이런 전 세계적인 문제해결에는 불충분하다는 인식이 높아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에서 볼 때 일본은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미국의 좋은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윗킨즈」박사는 주제발표 후 토론에서 동구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관한 질문에『공산주의에는 강경 노선으로부터 유연 노선으로의 변화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공산주의의 동인이 어디까지나 민주주의 사회를 파괴하는 것일진대 이 목표달성을 위해 환경에 적응하려는 방편으로 그때그때 전술을 바꿀 수는 있겠지만 본질노선의 변경은 없다는 얘기다.
「윗킨즈」박사는 한국에서 공산주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안중의 하나로 소득재분배를 들고 이는 정치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과세를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산주의자들이 이용하게될 우리의 경제적 헛점을 남겨두어서는 안 되는 일면과 사회안정을 어떻게 균형 있게 조화시켜나가느냐가 한국의 과제라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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