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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천지의 마피아 왕국|「이탈리아」남부 「카탄자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탈리아」의 한 치안 판사가 백주에 50여명의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의 집 앞에서 살해되었다. 그러나 경찰 수사가 착수되자 목격자는 단 한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카탄자르」지방법원 판사인 「프란체스코·페를라이노」(61)씨의 이 사망은 「이탈리아」 남단에 위치한 가난에 찌든 「카탄자르」지구의 지배권을 둘러싸고 신「마피아」와 구「마피아」단 간에 벌어져 온 세력 다툼의 와중에서 벌어진 또 하나의 사건에 불과하다.
「일·메사제로」지에 의하면 「페를라이노」판사가 7월3일 「마피아」단의 총탄 두발을 맞고 절명한 것은 그가 이 범죄 조직망의 활동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고 이 범죄단체의 복잡한 구성 요소를 완전히 파악, 소탕 작전을 전개하기 직전에 있었기 때문에 「마피아」단은 이 위험 인물을 거제 하기를 원했던 것. 「칼라브리아」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페를라이노」판사는 「마피아」범죄단체가 저지르는 악을 어려서부터 몸소 체험만 드물게 보는 「마피아」정통파였다.
그는 「마피아」단이 농부들에게 「테러」행위를 자행하면서 세력을 팽창하고 있을 당시 가난한 그의 아버지에게 이상한 사람들이 찾아와 돈을 갈취해 가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마피아」단은 또 그들의 활동 전개에 있어서 항상 그 지역의 발전을 두려워했다.
「이탈리아」남부가 지금까지도 저개발 상태에 놓여있는 것도 이 지역을 계속해 장악하기를 바란 「마피아」단 때문이라는 것이다.
피살된 「페를라이노」판사는 이 같은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고 따라서 그의 고향을 이들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도전했다.
그러나 그는 구「마피아」단과는 성격상 자원이 다른 젊은이들이 수도하는 새로운 「마피아」단이 세력을 팽창해 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이 신「마피아」단은 전통에 얽매지 않고 농민들을 상대로 수탈해 온 방식에서 벗어나 더욱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 무기·마약 밀매 및 유괴 행위 등에 손을 뻗쳤다.
경찰 당국은 이 조직이 69년이래 「칼라브리아」에서 29건의 유괴 사건을 범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조직은 건축 허가도 없이 수십동의 「콘크리트」 「아파트」군을 해변가에 건축하는 등 세력이 커지자 부의 새로운 원천을 상실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 된 구「마피아」단은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이들 「갱」단간의 싸움으로 지난12개월 동안에 모두29명이 목숨을 잃었다.「이탈리아」공산계 신문인 「파에세·세라」지와 「마피아」단의 진상을 조사하는데 12년이나 소비한 국회의 반「마피아」조사위원회는 「마피아」와 행정기관간의 관련에 대해 비난했다.
그러나 피살된 「페를라이노」치안 판사만은 법률책 밖에 몰랐던 청렴결백한 사람이었다.
「마피아」단은 「페를라이노」판사에게 수사를 중지하는 대가로 수백만「달러」를 주겠다는 제의를 했었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제의에 대한 대답으로 감히 검거의 손이 미치지 못했던 수명의 「마파아」두목들을 체포하는 강경 자세를 보였다가 수주일 후 무참히 살해되고 만 것이다.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잡은 조그만「카탄자르」주민들은 질문을 받으면 으례 이를 외면하고 있는데 이는 바로 「마피아」단의 침묵의 법 「로메르타」때문이다.
또 「카탄자르」의 한 영화관에서는 『왜 치안 판사가 죽었는가?』라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어「마피아」의 세력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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