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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논현동 대가방 "손님이 남기면 나는 꼭 먹어봐 … 뭐가 문제인지 알아야 하니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4면

주인이자 주방장인 화교 대장리씨가 고기에 반죽을 입히고 있다. 대씨는 “반죽을 입힌 후 이렇게 계속 치대면 식감이 부드러워진다”고 설명했다.

2위
대가방 본점

“손님이 남기면 나는 꼭 먹어봐
뭐가 문제인지 알아야 하니까”

대표메뉴: 탕수육(2만원) 대가탕면(8500원)
개점: 1996년
특징: 유명 중식당을 두루 거친 대만 국적 화교 대장리씨가 운영하는 중식당. 감자전분·옥수수전분·밀가루·물·기름을 섞어 만든 반죽에 하루동안 핏물을 뺀 돼지고기를 묻혀 바삭하게 튀겨낸 옛날식 탕수육이 유명하다. 현대고등학교 건너편에 압구정점도 있다.
주소: 강남구 선릉로 145길 13 럭스웨이빌딩 1층(강남구 논현동 99-7)
전화번호: 02-544-6336
좌석수: 100석(룸 4개)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3시, 오후 5시~오후 9시(일요일 휴무)
주차: 발레(2000원)

“취재왔다고? 바쁘니까 일단 정리 좀 도와줘.”

 지난 3일 오후 1시40분. 논현동에 있는 중식당 대가방(戴家坊)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테이블을 정리하던 주인 대장리(64·戴長利)씨가 말했다. 점심 시간이 끝날 즈음인데도 매장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조리복을 갖춰 입지 않았다면 대씨가 주방장도 겸한다는 걸 알아채지 못할 뻔 했다. 대씨는 요리하는 틈틈이 주방 밖에 나와 이렇게 매장을 살핀다.

 “손님이 먹는 거 봐야지. 맛있으면 미소를 짓거든. 그걸 항상 체크해야 해. 많이 남기면 왜 남겼는지 물어보고 내가 직접 남은 걸 먹어봐. 남이 먹던 건데 지저분하지 않냐고들 하는데 주방장이라면 손님이 왜 남겼는지 알아야지.”

 대씨가 중식 요리를 시작한 건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이었다. 대만 국적 화교인 그는 어린 시절 부산에서 학교를 다녔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17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아버지 친구가 운영하던 중식당에 취업했다. 다들 그렇듯 그릇 닦기부터 시작했다.

 “어느 날 사장이 팬을 닦으라고 하더라고. 그게 주방장 옆자리거든. 일을 배우게 해주려는 거였지. 주방장 바로 옆에서 어떤 재료를 얼마나 넣는지, 몇 분이나 뒀다 꺼내는 지 다 봤어. 처음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 차이가 보이더라고.”v 이곳에서 2년 일한 후 서울에 올라온 대씨는 1968년 세종호텔 중식당과 동부이촌동 홍보석 등에서 일하며 고급 요리와 각종 연회를 경험했다. 홍보석은 70년대 신라호텔 팔선과 사보이호텔 호화대반점, 소공동 아서원과 더불어 중식당 4대 문파로 불리던 곳이다. 그는 85년부터는 63빌딩 중식당 목련(현 티원) 총주방장을 맡아 8년간 일했다. 자신의 성(姓) ‘대’자를 따서 대가방이라는 이름의 중식당을 연 건 96년이다. 압구정동 광림교회 옆 1층 95㎡(약 29평) 정도의 작은 가게였다.

 “커피숍 있던 자리인데 망해서 몇 달 째 비어있었어. 들어오는 가게마다 망해서 나가는 자리로 유명했대. 그래서 권리금이 없었어.”

 이전 가게들과 달리 대가방은 계속 잘 나갔다. 97년 외환위기로 다른 식당들이 문을 닫거나 힘겹게 꾸려갈 때 396㎡(120평) 규모 지하1층 일식당까지 인수해 매장을 넓혔다. 은행에서 대출받아 인테리어를 했다.

 계속 승승장구할 것 같던 대가방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99년 대가방이 있던 빌딩 주인이 부도를 내 건물 전체를 경매에 넘긴 거다. 그는 보증금만 겨우 돌려받았다. 직원 월급과 식자재비를 계산해 주고 나니 남은 돈이 4만원 뿐이었다. 마음을 다잡고 새 자리를 물색하다 찾은 곳이 신사동 미성아파트 건너편 뒷골목이었다. 59㎡(약 18평)밖에 안 되는 작은 매장이라 테이블 6개 놓으니 꽉 찼다. 초라해진 매장이 창피해 단골들에게 연락도 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매장 앞을 오가던 사람들이 대가방을 알아봤고 하나 둘 다시 찾기 시작하면서 활기를 찾았다. 2009년 인근에 압구정점을 하나 더 냈고, 2010년 신사동 본점을 논현동으로 확장 이전했다. 100석 규모로 넓어졌지만 식사 시간엔 여전히 빈 자리 찾기가 어렵다.

1 하루 300~400그릇씩 팔리는 대가방 탕수육.

2 논현동 대가방 본점 모습.

 대가방을 다시 일어서게 해 준 대표 메뉴가 바로 탕수육이다. 하루 평균 300~400그릇씩 팔린다. 많이 팔리는 날엔 500그릇씩 나가기도 한다. 테이블마다 기본으로 한 접시씩은 나가는 셈이다. 배달 중식도 아닌데 왜 다들 탕수육을 찾는 걸까. 대가방 탕수육을 먹어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옛날에 먹던 탕수육 맛이 난다”는 것이다.

 “요즘 탕수육은 많이 바뀌었잖아. 넣는 재료도 다양해 졌고. 우리 가게에도 매운 탕수육 같은 걸 찾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 그럼 나는 탕수육이 어떻게 맵냐고 되물어. 난 그런거 몰라. 여기에 왔으면 대가방 탕수육 먹고 가라고 하지.”

 옛날식 탕수육 맛을 내는 비결은 소스다. 케첩이나 과일 통조림을 넣지 않고 전통 탕수육 레시피를 지킨다. 특히 소스는 목이버섯·당근·양파·오이·완두콩 등 전통적으로 쓰는 재료 5가지를 고수하는데 한 가지 추가한 게 파인애플이다. 파인애플의 새콤달콤한 맛이 탕수육 소스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튀김 주 재료인 돼지고기는 냉장 상태의 것을 하루 정도 냉장고에 넣어 핏물을 뺀 후 사용한다.

 “핏물을 빼면 고기 수분이 빠져 염도가 올라가거든. 고기 자체에 간이 될 뿐이라 고기의 식감이 부드러워져.”

 반죽은 옥수수 전분과 감자 전분·밀가루·물·기름을 섞은 후 24~48시간 숙성시킨다. 기온에 따라 숙성 시간이 달라지는데 더운 여름엔 하루, 추운 겨울에는 이틀 정도 걸린다. 잘 숙성된 반죽에선 막걸리 냄새가 난다. 반죽을 고루 묻힌 고기는 기름에 2번 반복해 튀겨낸다.

 대가방은 탕수육 맛 만큼이나 서비스 없기로도 유명하다. 중식당 가면 당연히 주는 걸로 아는 짬뽕국물이나 군만두를 여기선 기대해선 안된다.

 “서비스? 탕수육 같은 요리 시키고 서비스로 만두 안주냐고 묻는데 그럼 난 만두 갖다주며 말해. 맛 없으면 돈내지 말고 맛 있으면 돈 내라고. 그럼 한 입 먹어보고 나선 다들 한 그릇 더 시키더라고. 우린 배달음식점이 아니거든. 짬뽕도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한그릇씩 만드니까 서비스로 줄 국물이 없어.”

 대가방이 유명세를 타면서 전국적으로 같은 이름의 중국집이 생겼다. 그러나 대가방은 논현동과 압구정동 딱 두 곳 뿐이다.

글=송정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1·2위 어떻게 선정했나.

江南通新은 레스토랑 가이드북 『다이어리알』이윤화 대표와 식도락동호회 에피큐어 최유식 대표, JW메리어트 중식당 '만호' 장서전 셰프, 그리고 레스토랑 가이드북 『블루리본』을 참고해 5개 식당을 후보로 추렸습니다. 이후 후보 식당 5곳을 2월 19일자 江南通新에 공지한 후 일주일 동안 독자투표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더 플라자 도원과 대가방 논현동 본점이 각각 1, 2위로 뽑혔습니다. 라이벌<7> ‘곱창’ 결과는 3월 19일 발표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추어탕’ 투표 방법은 19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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