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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해양시대의 개막(상) 현대서 본 「오끼나와」해양박람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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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상최초의 해양박람회가 20일부터 세인의 눈을 끌고 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그러면서도 미답의 세계인 바다를 새로운 개척분야로 선택한 인류의 예지가 과연 어떤 열매를 맺을 것인지… 「오끼나와」해양박의 이모저모를 둘러 보았다. 【오끼나와=지원훈특파원】
잔잔한 파도가 햇빛을 받아 은비늘을 일으킨다.
하늘 끝자락과 아물어 붙은 아스라한 수평선.
이 무한한 공간이 이제 인류의 새로운 활동무대로 등장한 것이다.
미국 수상「스키·팀」이 긋는 하얀 물거품들이 「아쿠아폴리스」(해상도시)옆을 지난다. 2천4백명의 「시민」이 뭍과 인연을 끊은채 기본좋게 샅 수 있다는 1백20억「엥」짜리 마을이다.
2백40m의 「아쿠아」대교로 연결된 이 마을이 『물속에서의 생활』을 위해 갖춰놓은 설비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바다위에 마을을 띄우는데 잠수선 4척이 동원되었고 그위에 16개의 강철기둥을 세워 3층짜리 마을을 건설했다.
수면에서 마을까지의 높이는 32m. 파도가 심할때에는 47m까지도 올라간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광경은 이와같은 외관보다도 「에스컬레이터」로 맨아래층에 내려갔을 때다.
1천2백㎾짜리의 거대한 발전기 두대가 돌고 그옆에는 하루60t의 바닷물을 음료수로 바꾸는 조빙기가 끊임없이 물을 토해낸다.
또 마을주민들이 버린 물이나 쓰레기를 정화처리하기 위한 특수설비도 갖추고 있었다. 수천년의 역사를 지닌 지상도시들이 여태껏 해결하지 못한 환경문제를 이제 막건설된 해상도시가 완벽하게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의 지상주민들을 괴롭혔던 식량문제도 이곳의 주민들에게는 건너산 불이다. 5만8천평방m의 방대한 목장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곳에서의 목장이란 해양목장이다. 「쥘·베른」의 공상과학소설 『바다밑 2만리』에 나오는 「노틸러스」호의 선원들처럼, 해상도시의 주민들은 각종물고기와 해초를 바닷속에서 방목한다.
지상의 목장과 다른 것이있다면 방책 대신 그뭍, 목초대신 자동으로 먹이를 뿜어내는 기계가 필요하다는 점 뿐이다.
그렇다고 「아쿠아폴리스」의 해양시민들이 물고기와 바다풀로만 연명하는 것은 아니다. 3층 갑판에는 수경법을 이용한 농장이 있어서 각종 농작물을 생산한다.
땅없는 농장에서 열대과일들이 탐스럽게 익어가는 광경을 본다는 것은 확실히 하나의 충격이었다. 그 충격의 밑바닥에는 이것이 신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하는 두려움 비슷한 감정마저도 깔려 있었다.
이와같은 기분은 다른사랍들도 느끼는 것 같았다. 예컨대 개막식 전날밤 「나하」시의 야외「카페」에서 만났던 한 여대생은 이렇게 말했다.
『성서에 의하면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한 다음 제일 먼저 내린 축복이 「생육하고 번성해서 땅에 충만하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오끼나와」해양박은 인류로 하여금 그 이상의 번성을 넘보게 한 「독신의 제전」이다.』
물론 바다는 하나의 장엄한 가능성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의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 4천억「엥」의 돈을 쏟아붓는 것이, 빈민가의 영양실조된 아기들을 돕는 것보다 훨씬 유용한 것인지는 얼른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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