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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일퇴…세계의 경기회복|최악의 고비 넘긴 구미·일의 경제추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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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경기의 하강추세는 일단 멎은 것 같으나 좀체로 시원히 솟아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 불황이 밑바닥에서 저미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하반기부터 상승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던 세계 경기가 가을 혹은 연말부터의 회복으로 늦춰지고 있다.
세계 경기가 최악의 고비를 벗어나 앞으로 더 나빠지지 않으리라는 것은 틀림없으나 언제부터 회복세를 탈 것인지는 뚜렷치 않다. 자본중의 경제의 3대 지주인 미국·「유럽」·일본경제 모두가 비슷한 경기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의 「찌」가 분명히 흔들렸는데 호황이란 대어는 아직 올라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구미의 경기>
불황이 바닥을 지났다는 것은 확실하다. 미국경기의 바닥이 언제였냐는 관점에 따라 다른데 4월부터 6월 사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미국경기가 바닥을 지났다는 근거로서 선행지표의 3개월 연속 상승, 소매 및 주택착공의 증가, 도매물가의 반락과 소비자 물가의 안정 등이 지적되고있다. 재고의 감소도 좋은 조짐이다. 비내구성 소재나 자동차가 처리 가능한 재고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 소비자에 가까운 부문부터 재고처리가 진행되고 있으며 가을부터 수요가 늘어나리라는 전망아래 재고를 늘리기 시작한 기업도 있을 정도이다.
미국경기의 선도역할을 하는 건축경기는 매우 느린 「템포」지만 다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안심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다.
경기회복기의 전령이 되는 기초자재 부문의 가격 하락과 재고 감소가 정착되지 않는 형편이다. 최근의 도매물가 하락은 경기와 별 관련 없는 농산물 및 식료품 값이 내린데 기인된다. 철·「알루미늄」등 기초자재 부문의 재고는 아직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다고 「유럽」의 경기는 미국보다 더 회의적이다.
「인플레」와 국제수지 때문에 적극책을 쓸 수가 없다. 아직은 경기보다 「인플레」 진정에 더 신경을 써야할 형편이다.
서독이나 「프랑스」 정부에선 불황의 고비는 지나 상승국면에 들었다고 발표, 국민들을 고무하고 있으나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우선 「인플레」와 실업에 대한 불안 때문에 수요 환기가 안되고 있으며 설비투자도 아직 침체 상태다. 「프랑스」는 연말까지 실업자가 1백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는 심리적인 위축상태가 경기상승을 붙잡고 있다.
서독은 설비투자를 자극하는 조처를 취했지만 뚜렷한 효과는 못 보아 추가적인 조처를 고려하고 있다. 「프랑스」는 금융여신의 확대, 중앙은행 창구 규칙의 완화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
영국과 「이탈리아」는 「인플레」와 외환적자에서 헤어나려고 경기자극을 생각할 틈이 없다. 결국 「유럽」은 내수증대에 의한 경기자극은 한계가 있어 수출을 통한 활로를 기대하고 있다.
수출수요에의 기대는 미국경기의 회복에 귀착된다. 미국경기가 좋아지기를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기>
일본도 비슷한 형편이다. 일본은행은 경기가 지난 2, 3월 밑바닥을 지난 이래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으며 가을께부터 상승세에 들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당초 일은은 4, 5월부터 경기가 상승국면에 들어갈 것이라 예상했으나 수출감소, 내수의 정체 때문에 재고조정이 늦어 경기회복은 가을께나 궤도에 오를 것으로 늦춰 잡은 것이다.
4월중에 일본의 주택건설이 17·9% 늘고 5월중 기계수주가 13%, 백화점 매상고가 4% 증가하는 등 상승조짐도 있으나 건설수주가 2·4% 감소하고 재고가 0·3% 증가하는 등 불안요인도 상존하여 일본경기는 아직 명암이 교차되고 있다.
또 물가의 안정도 정착되지 못했다. 업종별로는 섬유가 약간 상승기미를 보이고 있고 자동차·약전은 감산추세가 끝났으며 철강·PVC·조선 등은 아직 정체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경기는 가을부터 회복세에 들어가도 기업수익에 경기상승이 침투하는 것은 연말께나 될 것이라는게 일본은행의 관측이다. 그러나 경제계나 민간은행에선 개인소비의 둔화 때문에 경기회복이 늦을 것이며 기업수익도 계속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일본 대장성은 경기회복 「템포」가 늦음에 대비, 공공사업과 주택융자의 확대 등 신규경기회복책의 검토를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려면 「유럽」과 마찬가지로 미국경기의 회복에 의한 수출증대 없인 불가능하다. 그러면 세계의 기대를 받고 있는 미국이 왜 적극적인 경기자극책을 쓰지 못하는가? 바로 「인플레」가 가장 근본적인 장해이다.

<국제상품가 동향>
미국의 「인플레」 상승율이 다소 둔화됐다고는 하나 아직 연율로 10%선을 넘고 있다. 또 기업들이 경제전망의 불투명 때문에 고용확대를 꺼리고 업적의 저하를 가격인상으로 「커버」 하려는 경향이 많다. 「인플레」 심리의 팽배는 「인플레」를 가속시킨다. 사실 벌써부터 세계경기 회복설에 편승하여 국제상품 시세가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곡물·비철금속을 중심으로 섬유·고무·원피 등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소련이 흉작으로 금년에 미·「캐나다」 등으로부터 1천만t의 소맥과 옥수수를 수입하려는 움직임은 국제 곡물시세를 크게 자극하고 있다.
세계최대의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은 최근의 곡물시세 하락으로 고전했기 때문에 소련에 곡물을 대량 수출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또 국제통화 정세의 불안으로 국제투기사들이 상품투기에 몰려들 기미도 있다.
국제 「인플레」가 다시 꿈틀거릴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세 아래서 미국은 「인플레」경계를 늦출 수 없는 형편이다.
연방은은 지난 연초이래 다소 완화했던 금융을 다시 죄었다. 현재 미국의 통화 증가율이 연율 10%에 달하고 있어 이를 내년 3월까지 5∼7·5%로 줄이겠다는 것이 「번즈」 연방준비이사회 의장의 공약이다. 이런 긴축정책에 영향되어 벌써 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다.
미국의 긴축강화는 미국경기, 더 나아가 세계 경기의 상승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세계 경기의 회복이 늦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이 아직 안정기조에 자신을 못 가져 대담한 경기 자극책을 못쓰고 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민간기업에서도 아직 설비투자 등을 꺼리고 있다. 심리적인 위축상태가 아직 해동되지 않았다.
결국 세계경기는 하반기부터 좋아진다는 것은 틀림없지만 상승의 궤도를 잡으려면 시간을 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최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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