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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가치 뚝, 주가도 뚝 … 다시 불거진 차이나 리스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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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중국 주가가 11일 2000선 아래로 밀렸다. 올 들어 두 번째다. 이날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2.86%(58.8포인트) 하락한 1999.06으로 마감했다. 주가만 떨어진 게 아니다. 신흥국 환란 조짐에 꿋꿋했던 위안화 가치가 미국 달러화와 견줘 6.14위안까지 미끄러졌다.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다. 더욱이 이날 외환시장이 열리기 직전 인민은행이 고시한 기준환율은 6.1312위안이었다. 2012년 7월 이후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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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룸버그 통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차이나 리스크(China Risk)가 중국 전체 금융시장을 강타한 날”이라며 “파장은 홍콩과 도쿄, 서울 증시로 퍼졌다”고 전했다. 차이나 리스크는 중국 부채·성장 위기 가능성이다. 최근까지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 비관론자들이 입에 올렸을 뿐이다. 시장 주류는 여전히 ‘신용거품이 붕괴하면서 중국이 부채 위기에 빠지고 성장률이 크게 떨어지는 일은 없다’는 쪽이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세 가지 사건이 주문처럼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을 일깨웠다. 바로 한 태양광 회사의 부도, 2월 수출 급감, 디플레이션 우려 등이다. 로이터 통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각각의 사건들은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며 “여차하면 뇌관으로 구실해 위기를 촉발시킬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태양광 회사 차오르솔라의 부도 금액은 8000여만 위안(약 139억원) 정도로 많지는 않다. 하지만 중국 상장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하기는 1997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순식간에 2조 달러가 넘은 기업 부채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조짐이다. 이미 두 개 회사가 회사채 발행을 미뤘다.

 올 2월 수출 급감(-18.1%)은 중국 경제의 성장 우려를 증폭시켰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인 2008~2009년을 빼면 춘절(설)이 들어 있는 1, 2월 수출이 올해처럼 크게 줄어든 적은 없었다”며 “수출이 지난달처럼 부진하면 올해 7.5% 성장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라고 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한 해 전보다 2%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다. 올해 중국 물가 안정 목표는 3.5%다. 중국 경제 성장률은 7% 이상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미 떨어지고 있는 생산자 물가까지 감안하면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만하다는 게 서방 전문가들의 시각”이라고 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차오르솔라 부도를 주시하고 있다. 차오르솔라 파산이 2008년 3월 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위기와 비슷한 구실을 할 수 있어서다. 경제채널 CNBC는 “앞으로 중국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파산 도미노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빚에 기대 성장해 온 중국 경제의 파국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라고 전했다.

 실제 중국 경제는 2008년 이후 신용거품 국면에 들어섰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루치르 샤르마 신흥시장 총괄사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1달러 늘어날 때 빚은 3.3달러 불어나는 게 2008년 이후 5년간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피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자금 경색이 두 차례 일어났다. 또 중국 정부의 돈줄 죄기도 계속되고 있다. 인민은행은 “올 2월 신규 대출이 6445억 위안”이라고 11일 발표했다. 예상보다 900억 위안 정도 적다.

 이날 주가 급락은 시장의 일시적인 과민반응일 수 있다. 다리우스 코왈스크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위안화 가치 하락이 수출을 늘릴 수 있다”며 “성장 엔진이 여전히 살아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 정부가 성장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국영 은행들을 통해 기업과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해결해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 샤르마는 “1900년 이후 신용거품 역사는 중국 정부의 편이 아니다”며 “신용거품이 정부의 노력으로 연착륙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전망이 충돌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만큼 현재 중국 불확실성(리스크)이 크다는 방증이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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