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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문서 법원에 제출한 검찰 … 알았든 몰랐든 커지는 책임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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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에 대해 수사·기소를 맡은 ‘검찰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 외부 조력자 김모(61)씨가 위조를 시인한 싼허세관의 답변서(3번 문서)뿐 아니라 앞서 확보한 유우성씨 출입경기록(1번 문서)과 허룽(和龍)시 공안국의 확인서(2번 문서)도 위조됐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다.

 2013년 2월 27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서울시 공무원 출신 간첩 피의자 유우성(34)씨를 기소했다. 2006년 5월 말 밀입북해 간첩 교육과 지령을 받고 탈북자 신상정보를 북한 측에 넘겨준 혐의였다. 하지만 검찰은 핵심 공소사실인 밀입북 입증을 유씨의 여동생 진술에만 의존하는 우를 범했다. 유씨 구속에서 1심 판결까지 7개월이 넘는 기간이 있었지만 유씨의 중국-북한 간 출입경기록 등 물증을 확보해 제출하지 않았다.

 1심 재판 진행 중 여동생은 검찰에서의 진술을 번복했고 결국 유씨에겐 무죄가 선고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문서 3건은 무죄를 뒤집는 검찰 측 증거로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됐다. 하지만 검찰은 국정원이 보내온 문건에 영사 확인이 빠지거나, 20일 새 상반된 내용이 왔는데도 그대로 법원에 보냈다.

 더 큰 문제는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낌새를 알아채고도 증거 제출을 강행한 데 있다. 국정원이 보내온 출입경기록을 받은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식 입북을 했다는 출입경기록은 유씨가 두만강을 건너 밀입북했다는 공소장 내용과 완전히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공소장 변경 대신 새 증거 제출을 택했다. 이미 유씨의 밀입북 날짜를 두고 한 차례 공소장을 변경했기 때문에 ‘도강(渡江) 밀입북’을 완전히 빼는 공소장 변경을 할 경우 공소장이 그야말로 ‘누더기’로 변할 게 뻔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출입경기록 증거를 안 냈을 경우 ‘증거를 감췄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고 이 역시 검찰로서는 견디기 힘든 부분이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당시 검찰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움직임이 있다. 안철수 새정치연합(가칭) 중앙운영위원장은 10일 “검찰도 (증거조작) 당사자”라며 “특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인 국정원개혁특위 새누리당 간사 김재원 의원도 이날 “국정원 자료를 믿고 제출했다는 자체를 나무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검찰도 충분히 그러한 자료를 스스로 확인하는 절차는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검찰 일각에선 “운이 나빠 터진 일”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수사에 정통한 한 부장검사는 “나 같아도 국정원 같은 국가기관이 가져온 자료라면 믿고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거조작 수사팀을 지휘하는 윤갑근 검사장은 이날 “현재로서는 진상조사 차원을 넘어 (검사들을) 조사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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