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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의 경제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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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상반기 중 우리 경제는 한마디로 경기후퇴와 국제수지 악화, 높은 「인플레」율 등 이른바 경제의 삼중고를 동시에 겪은 어려운 고비를 넘겨야 했었다.
이런 어려움들은 진작부터 예견되어오던 바이고, 비단 우리만 겪는 고통이 아니었을 망정 근래에 경험하지 못한 본격적인 경기침체와 유례없는 물가고로 인한 가계와 기업, 그리고 정부의 고통은 하나같이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지난 연말 환율인상을 정점으로 한 일련의 당면 경기·물가대책을 채택하면서 정부는 민간기업 및 국민의 인내와 협조를 요청했었다.
정부는 그 나름으로 재정지출을 크게 늘려 경기를 회복시키고, 수입을 최대한 늘려, 시급한 국제수지 불균형을 바로 잡아보려 했다. 기업은 기업대로 급격한 수요감퇴와 채산성 악화를 무릅쓰고 시장개척과 고용유지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가계는 실질생활 수준을 낮추는 길 밖에 다른 도리를 찾을 수 없어 최대한의 절제와 긴축을 강요당해온 셈이다.
이제 상반기를 지난 현시점에서 나타난 그동안의 경제실적을 보면 이 같은 각 경제단체들의 노력과 대처가 과연 충분했었는지에 대해 아직도 선뜻 수긍할 수만은 없는 대목이 적지 않다.

<국제균형의 역조>
경제정책의 시차성을 고려해 넣더라도 상반기 경제실적은 여전히 우리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인이 국제수지 부문에 남아 있음을 예증하고 있다.
여타부문의 정책효과에 항상 한계를 그어온 이 부문의 불안정 요인은 기본적으로는 구조적인 성질의 것이나 특히 지난해 하반기이후 현재화한 불균형은 기민한 단기대응을 불가피하게 만든 당면과제였었다.
한때 가용 외환보유를 한계상황에 까지 몰고 갔던 고비는 주로 단기신용 도입으로 가까스로 넘겼으나 아직도 수출의 부진, 경상수입의 증대라는 기본추세는 크게 달라질 것 같은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수출에 관해서는 국제경기의 회복과 연관되고 있어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해도 수입증가 추세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당분간은 억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수입억제 노력이 매우 강력했던 점은 몰론 인정할 수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6월까지 나타난 성과가 반드시 그와 비례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수입 경직성이 강인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애당초 수입억제 효과를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환율인상 보다는 직접적인 담보적립금제가 더 효과적이었음에 비추어 하반기에도 계속 이를 주축으로 한 다양한 수입규제가 지속되어야함은 물론이다. 전년 동기비 7·6%나 늘어난 상반기 수입 29억「달러」는 당면한 외환애로가 없더라도 지나친 규모라 할 수밖에 없다.
동기간의 경기국면과 관련시켜 볼 때, 이 29억「달러」 중에는 소득변화와 관계없는 자발적 수입이나 국내요소 가격의 불균형을 반영한 부분도 적지 않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간에 이런 유의 수입은 과감히 줄여 나간다는 원칙의 확립이 필요하다.
무역수지 악화로 인한 경상거래 적자폭의 확대는 비록 자본거래로 겨우 보전되어 왔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보정적」 수단에 불과하며, 근본은 경상거래 자체의 불균형 요인을 줄이는 것이 정도라는 점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어차피 당초의 외환수급 계획대로 밀고 나가기가 어려울 바에는 자금이라도 다시 손질하여 장·단기 자본간의 균형을 잃지 않은 보다 현실적인 보정계획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상반기의 수출은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여 전년수준에도 못 미치고 말았다. 여간한 낙관적 전망으로도 연간목표의 35·6%라는 저조한 실적으로는 목표달성을 예견하기가 어렵지 않겠는가. 60억「달러」가 수출되려면 하반기 중 월평균 6억5천만「달러」씩 나가야하나 이는 현재의 여건으로 보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4분기 이후의 호조에 힘입어 신용장 내도는 전년 실적을 약간 넘어섰으나 6월부터 다시 감소 추세를 보임으로써 하한기를 앞당긴 듯한 느낌이며, 최소한 3·4분기 말까지는 계속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특히 경기관련도가 높은 중화학공업제품의 부진은 세계경기의 회복이 선행되지 않는 한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지역별로도 우리 수출의 60%를 기대고 있는 미·일의 경기추세가 예상보다 느린 회복속도를 나타내고 있으며 경기자극에 계속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음도 고려에 넣어야 한다. 결국 하반기 수출은 돈 많은 산유국이나 경기 관련도가 낮은 1차산품 중심으로 수출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균형의 교란>
재정금융면에서도 상반기의 운용실적은 몇 가지 문제점을 이월시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과도하게 집행된 재정지출이 상반기의 총수요 관리를 어렵게 만든 주인이었다.
주로 특별계정 적자 때문이었지만 상반기 총재정수지적자 1천4백52억원은 지난해의 2백20억 흑자와 비교하면 지나친 수준이라 하겠다. 하반기부터는 재정혼용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약속이고 보면 상반기와 같은 금융압박은 다소 완화되겠지만 현 재정구조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민간부문의 유동성 사정이 크게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 해도 총수요 억제와 긴축 유지를 내걸면서 민간자금 수요에 늘려 다시 금융을 터놓을 경우의 부작용은 여간해선 대처하기 어렵다는 경험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렇게 볼때 하반기의 재정·금융관계는 조화를 얻기가 더욱 힘들지도 모른다.
정부가 상반기 중 가장 힘을 기울여온 경기회복은 수출수요의 정체로 인해 부분적인 효과밖에 못 얻은 것 같다. 산업생산이나 출하가 기 중 꾸준한 증가를 나타내고 있으나 전년수준을 훨씬 하회하고 있는 반면 재고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회복의 진전이 매우 완만하게 나타나고 있다. 민간의 설비투자 수요나 공업용 등 건축허가 면적의 변화도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있음을 볼 때 경기가 과연 바닥을 벗어났는지는 속단키 어렵다.
정책순위에서 뒤로 밀려난 물가는 기 중 16·8%나 올라 하반기 경제의 가장 핵심적인 불안정 요인을 이룰 것 같다.
환율인상에다 곡가, 공공요금, 독과점 품목 등 소위 정부관리 가격의 인상이 주도했던 기 중의 물가상승은 정부의 물가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개편」이 도대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백한 대답이 아직도 없다.
긴축정책의 지속으로 수요면에서의 「인플레」압력을 줄인다 하더라도 추곡가 인상이나 방위세 신설에 따른 파급효과 등 하반기에도 여전한 물가상승 요인을 안고 있는 것이다.
증세와 고물가의 양면 압박을 달리 전가 시킬데도 없는 국민가계의 보호를 위해서도 물가안정은 더욱 집중적 노력을 필요로 하는 부문이 될 것이다.
한마디로 하반기의 국내외 경제여건이 지난 상반기에 비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극히 한정적이며, 대부분의 경제변수가 불확정 요소를 그대로 안고 있기 때문에 계속 신중과 절제의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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