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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의 그 땅이라고 믿어지지 않는군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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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젊은 시절,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전쟁의 터전에 다시 되돌아 와보니 감회가 깊군요. 지금은 이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었다고 믿어지지 않는군요』―. 6·25 한국동란당시 유엔참전 16개국의 일원으로 한국전에서 많은 공을 세웠던 참전용사 및 가족 제1진 50명이 15일 상오와 하오에 KAL기편으로 각각 내한, 감회를 말했다. 6·25 25주년을 맞아 재향군인회와 국제관광공사의 「한국참전용사 재방문계획」에 따른 공동초청으로 내한한 참전용사들은 이젠 백발이 성성한 모습. 폐허가 되었던 당시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발전한 서울을 돌아보고는 한결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다시는 그때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말아야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들은 5박6일간 한국에 머무르면서 참전당시의 격전지인 가평·임진강·철원 등지를 돌아보는 외에 경주·설악산·용인민속촌 등 관광지도 돌아볼 예정. 이들은 76년까지 초청될 1만명 중 1진으로 참전용사 유치위원회는 올해 미주지역 3천2백명 등 4천명을, 내년에는 6천명을 유치할 계획.
1진 50명중에는 현재 미 육군 40사단장인 토머스·K·터네이지 소장(6·25당시 대위)과 미AMVETS(미 2차대전 및 한·월전 전우회) 회장 이슬리·B·버다인씨, 벨기에군 초대한국전 사령관이었던 엘버트·크라헤이 예비역 중장, 벨기에 한국전참전전우회 부회장인 얀센씨 등이 포함되어 있다.
내한한 참전용사 중 유일한 현역인 터네이지 소장은 52년 미 40사단 223연대 1대대 작전장교(당시 대위)로 6개월동안 유명한 펀치볼 전투를 치렀다고 말했다. 그는 그가 싸웠던 금화지역과 또 40사단이 동란 중에 설립해놓은 가평중학교(당시 카이저중학)를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터네이지 장군은 참전당시의 겨울이 너무 추웠고 험준한 산악이 많아 전투하는데 많이 고생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터네이지 장군은 『특히 한국엔 스틸웰 유엔군 사령관등 친지들과 미국에서 한동네 살던 한국인 가족들이 살고있어 그들이 제일 보고싶었다』고 말했다.
51년1월 벨기에군대 대장(당시 중령)으로 처음으로 참전했던 크라헤이 예비역중장(70·벨기에 3군 총사령관 역임·현 벨기에 한국전참전전우회 명예총재)은 당시의 격전장이었던 임진강을 제일먼저 보고싶다며 중공군의 1차 춘계대공세 때인 동년5윌 손과 다리에 화상을 입고 일본으로 후송됐었다고 회고했다.
크라헤이 장군은 『중공군의 대공세로 임진강부근에서 철수작전을 벌였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벨기에군은 51년9월 철원부근 전투에서 중공군 3개 대대를 물리쳤고 53년 초 큰 전과를 올렸었다고 말했다.
크라헤이 장군은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벨기에 대대 한국군 연락장교로 파견 근무했던 조선행씨(59·서울 동대문구 전농동134의3)와 25년만에 극적으로 상봉, 중공군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했던 금곡 북방 「잣골 전투」를 회상했다.
동란당시 F-86제트기 파일럿인 히켄루퍼씨(56·당시 대위)는 전투기로 1백회 이상을 출격했던 하늘의 용사.
히켄루퍼씨는 『귀국하기 전 김포공항 정찰대에 근무했을 때는 군용천막만이 열을 지어있었는데 오늘 와보니 김포공항이 변해 전혀 딴 곳이 되어있다』며 혀를 찼다.
현재 부동산사업을 겸하면서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있는 그는 동란 때 오른쪽 청각을 잃어 지금도 보청기를 달고있었다. 그는 『처음 근무지였던 원주지방이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김포공항에는 한국 나사렛신학교 김승진 목사가 마중 나와 24년 전의 전우 히켄루퍼씨를 만나 깊은 감회에 젖었다.
당시 김 목사는 항공사진분석대의 정보장교(대위)였는데 히켄루퍼씨가 찍어온 항공사진을 김씨가 분석, 전폭기들을 출격시켰다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들은 조선호텔에 도착, 히켄루퍼씨가 갖고 온 52년 당시의 폐허가 된 서울의 슬라이드를 함께 보며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동란당시 직접 참전하지는 않았으나 현재 미국의 AMVETS(미 2차대전 및 한·월전 전우회) 회장인 버다인씨는 『한국이 다시 불행을 겪게될 때는 우리는 한국지원에 앞장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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