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 의회가 6일(현지시간) 비상회의를 열어 공화국을 러시아에 합병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소강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던 크림반도 사태가 다시 긴장 수위를 높이게 됐다.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이날 크림 의회는 러시아 연방에 들어가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하고 러시아 지도부에 크림 합병 절차에 착수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결의를 함께 채택했다. 의회는 16일 주민투표를 실시해 ‘크림이 러시아 연방에 들어가는 데 찬성하는가’에 찬반을 묻기로 했다. 투표에는 자치권을 강화한 채 우크라이나에 존속하는 안도 함께 제시된다. 지난달 28일 이후 러시아군에 의해 장악된 크림반도는 주민의 60% 이상이 러시아계다.
이와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국가안보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크림 의회의 요청을 논의했다고 크렘린궁 대변인이 밝혔다. 논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크림반도에 대한 합병 계획이 없다”고 공언한 바 있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외국 영토 일부의 병합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을 다음 주 내 심의할 예정이다.
한편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크림의 이 같은 주민투표가 “위헌”이라고 밝혔다.
◆미국, 러시아인 비자 제한=미 백악관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일체성을 위협하는” 러시아인 및 크림인들에 대한 비자 제한을 6일 부과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민주적 절차 및 제도에 해를 가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개인과 조직”에 대한 경제 제재를 공인하는 집행 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크림반도 사태 이후 서방사회의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 제재 조치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레바논 국제지원그룹 회의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처음 논의했으나 이렇다 할 합의를 하지 못했다. 6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도 러시아 제재 방안이 논의됐지만 ‘경고’를 주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서울=강혜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