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의 신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요즘 세계의 경기가 점차 호전되어 가고 있음을 알리는 청신호가 여기저기서 반짝이고 있다. 희미한 빛에서 밝은 빛으로-, 그 색도까지도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들은 작년 3월이래 줄곧 내리막으로 곤두박질만 쳐 왔다. 그러나 근착 미주간「타임」지는 오랜만에 고개를 쳐든 도표를 보여 주고 있다. 『가장 활발한 상향의 신호』-, 표제도 이렇게 자신 있게 붙여 놓았다.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작년보다 더 높은 11.3%의 상승을 예측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추세로는 9.1%에 머무를 것 같다. 경제성장률도 4.8%의 예측에서 6.3%로 박차가 가해질 것이라고 한다.
청신호는 미국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럽」에서도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는 금년 2월 이후 무역수지에서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의 상승률도 서서히 늦추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제는 근년에 이르러 파산선고를 받은 상태나 다름없다는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무역·재정·금융 둥에서 강력한 긴축정책을 밀고 나가 최악의 구렁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서독은 경상 흑자국으로서의 저력을 과시하듯 세계경기 후퇴의 영향을 가장 덜 받은 나라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어느 나라나 실업자의 문제는 의연히 심각한 문제로 남아있다. 미국의 경우는 공식집계로는 8.7%로 추산하고 있지만, 「미니」(AFL-CIO회장)같은 사람은 11.5%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이른바「스태그플레이션」의 전형적인 경향이기도 하다. 오늘의 경제 정책가들은「인플레」를 억제하면서 고용은 고용대로 증대해야하는 골치 아픈 과제를 안고 있다.
그것은 전후의 세계경제를 지배하다시피 한「케인즈」경제이론에 대한 개선 내지는 수정을 불가피하게 한다.
「노벨」경제상을 받은 미국경제학자「F·A·하이예크」같은 교수는「케인즈」학파의 경제이론은 경제의 흐름을 관리의 손에 맡기는 중대한 타성과 오류를 범했다는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런 견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화폐를 찍어내는 기계를 정부가 갖고 있다』는 말도 된다. 오늘날「인플레」의 가속화는 결국 누구도 쉽게 손댈 수 없는 경제불황의 심연을 체험하게 했다.
이제 모든 나라들은 자원의 절제에서 재정의 긴축에 이르기까지, 말하자면「도덕적인 정책을 우선 함으로써 겨우 불황의「터널」을 벗어나는 빛을 찾고 있는 것 같다.
마침 우리의 경제형편도 다소 호전되는 인상을 주고 있다. 고통스러울 때의 교훈들을 잊지 말고, 다음의 고통들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