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의 재정·금융지표의 움직임을 보면 정부의 총수요관리정책에 어딘가 허점이 있는 것 같다.
올 들어 4월까지 국내여신은 5천억 원 가까이 늘어났는데도 통화량은 오히려 4백2O억 원이 줄어들고, 기업은 극심한 운영자금난을 겪고 있는 현상이 상당히 장기화하고 있는데 이를 단순히 긴축의「효과」로만 보아 넘길 수는 없을 것 같다.
12·7조치와 함께 정부는 경기회복책으로 상반기 중 상당한 재정절초가 불가피하므로 이를 금융부문의 끙축에서 흡수해 나가는 수요관리정책을 쓰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재정·금융 양축의 어느 한쪽이라도 극단적인 불균형요인을 안고 있는 한, 핵심적으로 수요관리를 이룩해나가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은 60연대후반기에 이미 실증적으로 경험한 바와 같다.
설사 단기간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해도 그의 희생과부작용이 적지 않았음을 과거에도 익히 보아왔다.
경기향방에 따라 재정·금융의 운용을 신축성 있게 조절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겠으나 그 한계는 어느 쪽이라도 기본적인 통무·신용질서를 교란·왜곡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능적으로 이루어져야함이 중요하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통화지표의 변화는 이 양 축의 균형이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의 가장 콘 요인은 재정적자의 지나친 누적인 것이다.
상반기 중에는 적자운영이 통상적이고, 또 진작부터 경기자극을 재정 「사이드」에서 준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뜻이고 보면, 어느 정도의 살초는 불가피해겠지만 4월 현재 2천6백억 원에 이르고 있는 재정부문의 통화증발은 신용질서를 교란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방대한 적자라 하겠다. 작년l·4분기중의 재정적자가 1백60억 원에 불과했던데 비추어보면 엄청난 증가라 하겠다.
반면, 민간부문을 통한 국내여신은 44%에 불과한 2천2백억 원이 나갔으나 그나마 수입증가와 수출부진으로 해외부분을 동해 2천5백32억 원이 환수됨으로써 통화량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올해 총통화증가율을 30%로 고수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자가 지속되는 한 금융의 긴축이 불가피할 것이므로 앞으로의 향방은 전적으로 재정의 운용방식에 달려있다 하겠다.
정부의 당초약속대로 하반기부터는 방만한 재정운용을 지양함으로써 연중균형을 회복해야만 금융에의 주름살을 덜 수 있게 될 것이다. 문제는 재정의 적자요인이 하반기에 과연 불식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양곡기금 1천1백32억원을 포함하여 4월말현재 1천7백43억원에 이른 특계적자는 연말까지 오히려 더욱 늘어나 3천억원을 넘어설 전망인데다 일반재정의 세입면에서도 경기회복의 진전여하에 따라서는 차질이 생길 소지가 없지 않다.
양곡기금적자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가 이루어지겠지만, 이의 일시적인 해소가 불가능하고 보면 재정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서는 일반재정지출을 크게 줄이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인플레」의 압력이 상존하고 있는 처지에 섣부른 「리플레」정책을 쓸 수는 더욱 없으므로 총수요억제는 지속되어야하나 그의 부담은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경기침체기에 겪고있는 기업의 운영자금난은 아무래도 재정의 균형회복을 통해서 시정되어야할 것 같다.

<중동정세의 새국면>
「포드」미국대통령과「사다트」「이집트」대통령이「잘츠부르크」에서 정상회담을 열고있는 찰나에「이스라엘」의 「라빈」 수상은 「시나이」반도주둔 자국군대의 반 이상을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이집트」가 「수에즈」운하를 재개한데 대한 선의의 표시로, 이번 조치를 단행한다고 설명된 만큼,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중동정세에도 호양과 타협에 기초한 평화협상의 전도가 열릴 것도 같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이번 조치가 있기까지에는 미소양대국과 「아랍」수뇌진의 끈질긴 막후 외교활동이 하나의 공동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키신저」미국무장관의 중동외교가 실패했을 때 「포드」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안협없는 처세에 불만을 토로하고 미국의 중동정책을 바꿀지도 모른다고 시준했었다.
「이스라엘」은 그때「아랍」점령지로부터의 2차 철군의 교환조건으로 「이집트」측의 부전관품를 선행시키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이스라엘」군이「아랍」영토에 주둔하는 이상 전쟁상태는 존속된다는 것이 「이집트」측의 대답이었다.
「키신저」외교가 차질을 일으킨 이유로는 흔히 그의 개인외교가 지적되고 있거니와, 그때 역시「키신저」미국무는 아무런 여건조성이나 사후보장도 없이 무조건 양측이「키신저」한사람만 믿고서 따라올 것을 종용했다는 편을 자아낸 바도 있었다.
그후 중동문제는 미소를 공동의 장단으로 하는「제네바」회의에서 다루어질 수밖에 없도록 되었다.
중동문제를 단편적이고 임기응변적인 기술로 미봉하려고 하기보다는 모든 당사자들과 강대국이 합석한 자리에서 보다 항구적이고 구조적으로 수습해 보자는 것이 이를테면 대국형 국제회의의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점은 없지 않다.「이스라엘」거의 점령지철수문제와「말레스타인」국창설안 및 항구적 안전보장책을 모색해야할 이 회의가 자칫 잘못하면 「아랍」측과 소련의 일방적 주도로 정치설전장화할 우려가없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삼든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사전에 이 지역에 있어서의 미국의 건설적인 외교능력을 심어놓아야 할 필요를 느꼈을 것 같다.
한편,「사다트」대통령과 「사우디 아라비아」의「할리드」신왕 및「이란」 의「팔례비」왕은 그동안 정력적인「아랍」수건세력의 단합외교를 벌여왔다.
이들의 단합활동은 「제네바」회의를 앞두고 내부단결을 공고히 하는 한편, 소련·동구·비동맹권·서구각국과의 각료교환방문을 통해 국제적 다수파 공작을 벌였다. 그로써 미국의 협조를 동원하려는 일종의 시위작전이었던 것 같다.
이같은 「아랍」권 단합활동과 전방위외교는 「사다트」대통령의 『4차중동극이래 최종요려항』 이라는「쿠웨이트」「이라크」「요르단」「시리아」순방으로 절정에 달했었다.
이 과정과 병행해서 소련,「이스라엘」사이에는 모종의 비밀외교가 진행되고 있다는 석보가 유포되면서『「이스라엘」이 오년전쟁의 점령지로부터 철수하면 소련은「이스라엘」의 존재를 최대한 보증하겠다』는 소련당국 발언이 인용보도 되기도 했었다.
이어서 결항된 「이집트」의 「수에즈」운하재개와「포드」·「사다트」정상회담은「이스라엘」측에 의한 상응적인 평화「제스처」를 거의 불가피한 것으로 유도했다고 평가된다.
모든 국제분쟁은 합리성과 평화에의 결의와 공존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상응적인 성의표시로 중동평화회의를 앞둔 여건조성은 일보 전진했다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산적한 난제를 타개해나가는 과정에서 양측은 이번에 시범한 바와 같은 호양의 정신을 살려서 한걸음 한걸음 공존적 원칙의 성숙을 기해주기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