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에선 화해정책의 득실에 회의적|통독은 요원한 것....."미국이 이겨야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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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서독이 화해정책을 쓴다고 해서 독일의 통일이 가까왔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일 것 같다.
서독 정치 지도자들은 통독을 요원한 숙제로 여기고 있음뿐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서독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미·소간의 역학관계에 의해 풀어질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12일부터 6일간 서독을 방문한 정일권 의장 등 한국 의원 단이 「슈뢰더」하원외무위원장을 포함한16명의 하원의원과 간담하는 자리에서 정운갑 의원(신민)은 『서독의 통일정책이 무엇인가』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한의원은 서슴없이 『정책이 따로 없다. 미국이 이기면 민주주의로 통일 될 것이고 소련이 이기면 공산주의로 통일될 것』이라고 했다. 동·서독분단의 비극이 그대로 노출돼있는 「베를린」의 시의회의장 「로렌츠」씨도 『독일의 통일이 언제 될지 알 수 없으며 미·소간에 결판이 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독 사람들은 독일이 통일되어 막강한 나라로 군림할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나라가 소련이고 그 다음이 불란서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열강의 합의 없이 통일될 수는 없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
동·서독은 지난73년6월20일에 기본조약을 채결하고 그해 9월18일 「유엔」에 동시 가입했으며 74년6월20일에는 상호 상주대표부를 개설해서 표면상으로는 화해와 공존을 구가하고있다.
그러나 동독의 비인도적 처사에 대한 서독의 비판은 대단하다. 「슈미트」수상이 지난1월 연설을 통해 동·서독 경계선상의 장벽·철조망·지뢰·자동발포장치·경비병 등을 강화한 동독의 조치를 신랄히 비난했다.
지난 4월 달에 있었던 「베를린」경계선에서의 한 소년익사 사건도 비인도적 사건으로 지적되는 「케이스」
제국의사당근처의 「스프레」강가에서 놀던 서 「베를린」의 소년이 실족, 동「베를린」관할의 강에 빠졌으나 서 「베를린」경찰당국은 동 「베를린」당국의 허가를 얻지 못해 소년의 구명 요청을 받고도 손을 쓰지 못했다. 허가 없이 구조하는 경우 동 「베를린」망루경비병이 기관총을 발사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건이 아니라도 화해정책의 득실에 관해 의를 갖는 정치인은 많은 듯 했다.
어떤 서독의원은 화해정책이 동독의 국제적 지위를 높여주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의 결속을 해이시켰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제적으로도 서독은 매년 동독에 무역신용공여로 8억5천만 「마르크」(3억7천만 「달러」)를 부담하고 있다.
서독에서 지난73년 한햇 동안 2백27만8천명이 동독을 방문했지만 74년에는 14.2%가 감소한1백95만5천명이 방문한 점도 동·서독관계의 일면을 설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동독에서는 일할 능력이 있는 청장년의 서독방문을 금지하고 연금 해당의 노파들에게만 허용하는 실정이다. 밖에서 보는 통독정책과 안에서 보는 동·서독관계는 괴리현상이 빚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본=조남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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