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김일성 방 소제의 일단 거절|영지서보도 중공방문직후의 대면 달갑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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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의 방소, 빨라야 8-9월께나
【워싱턴=김영희 특파원】소련은 김일성이 이번 동구방문 길에 소련을 방문하겠다는 김의 제의를 거절하고, 한국을 「해방」시키겠다는 김일성의 야심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영국의 「업저버」지가 28일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지의 「뉴스·서비스」를 통해 보도된 「업저버」지의 「모스크바」발신기사는 「브레즈네프」소련공산당 서기장이 김일성의 소련방문을 거절한 이유는 건강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공방문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은 김을 맞이하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 주요한 다른 이유였다고 말했다.
「업저버」지는 북괴의 허담 외상이 「모스크바」에서 소련 지도자들과 김의 방문을 교섭했으나 소련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보아서 김이 지금보다는 금년 늦게 오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보도했다.
그 결과 김은 빠르면 금년 8월이나 9월에 소련을 방문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말했다.
이 신문은 김일성이 한국에서 전쟁을 일으켜놓고는 중공과 소련에 도와달라고 요구하는 사태가 올 것을 소련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을 옮긴 것이다.

<소, 걷잡을 수 없는 사태 꺼려 미 「굴욕감」자극 않도록 조심|한반도라는 시한폭탄서 기폭장치 제거할 방법도 몰라 부심>
『남한을 「해방」시키겠다는 북괴의 위협은 「모스크바」로부터 격려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일성은 중공과 「루마니아」를 방문, 한반도 통일에 관한 강경책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려 하고있지만 그는 금년 후반기 이전에 「모스크바」를 방문하기 위한 초청을 얻어내지 못했다.
이와 같은 사실은 5월초 북괴외상 허담이 「모스크바」를 비밀리에 다녀간 다음에 드러났다. 일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모스크바」당국이 김의 방문요청을 거절한 것은 소련공산당서기장 「브레즈네프」가 턱 수술을 받아야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이외에도 김이 북경을 방문한지 얼마 안 되는 이 시점에서 소련이 그를 맞기를 꺼린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모스크바」당국의 관점에서 볼 때 보다 중요한 정치적 이유로 김이 금년 내에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며 모든 사정이 순조로우면 그 시기는 8월이나 9월이 될 듯 하다.
「모스크바」당국이 두려워하는 바는 중공이나 소련이 다같이 북괴가 패배하는 것을 방관할 수 없는 입장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는 김일성이 일단 전쟁을 도발해 놓고 중공과 소련으로 하여금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와 같은 우려 때문에 소련 지도자들은 김일성을 억제하여 미국의 「인도차이나」실패 이후의 아직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이 국제경세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필요를 더욱 강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소련은 미국이 현재 느끼고있는 굴욕감 때문에 한반도에 대해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며 그로 인하여 극동지역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유발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소련이 허담의 「모스크바」방문에 침묵을 지킨 데는 이와 같은 조심성이 작용했을 것 같다. 왜냐하면 허의 방문을 공식적으로 취급했을 경우 한반도 통일에 대한 지지를 공식성명으로 표현해야 됐을 것인데 그러한 행동은 미국의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대한 조심성이 중공과 소련을 다같이 움직이는 요인이 되어 김이 모험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말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소련의 극동문제 전문가들은 이 시점에서 한반도 분쟁이 가져올 모든 잠재적 가능성에 대해 소련은 경각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소련은 김의 기분을 건드리지 않는 한도서 그를 진정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소련은 김일성의 독자적 결단을 막을 수가 없으며, 이 때문에 소련지도자들은 한반도라는 아직 폭발되지 않은 시한폭탄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스크바」에서는 누구도 이 폭탄의 기폭장치를 제거할 방법을 알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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