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 시대 집터 보호 시급"|서울 암사동 선사유적지서 고고학교수 간담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울시내 각 대학의 고고학 교수들은 24일하오 서울 광나루 건너의 암사동 선사 유적발굴현장에 모여 이의 보존대책을 논의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한병삼 연구실장이 인솔하는 조사반에 의해 실시되고 있는 이번 발굴은 지난4월초에 착수, 약1천 평에 달하는 모래밭 밑에서 9개의 신석기시대 집터를 찾아냈는데 이 일대가 가장 집중적인 취락지일뿐 아니라 주거 유구와 유물 및 시대별 지도층이 어느 때 발굴보다도 뚜렷하여 대표적 유적의 본보기로 보존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근년 초기 백제사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한층 학계의 주목을 받는 이곳 암사동 한강변의 선사유적은 지난 수년동안 각 대학에 의해 부분적으로 조사되고 또 국립박물관의 발굴도 이번이 4년째.
국립박물관은 같은 지역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데 이번 9개의 주거지를 비롯, 모두23개의 옛 움집터가 드러났다. 이번 드러난 집터들은 대개 모가 둥근 말각방형으로 직경4∼5 m 정도.
개중에 그 위에 뒷날의 원형집터가 겹쳐진 예도 있어서 집의 형태가 원형에서 방형으로 발견했으리라는 종래의 추정을 수정케 하고 있다. 집터 중앙에 불피운 자리(노지)는 원형집터에선 활석으로 테를 댔고 원형에선 자갈돌을 놓았다.
그중 2호주거지는 원추형 지붕의 서까래가 10여 개 숯이 된 채 남아있다. 그러나 지하로 1m를 파고 들어간(수혈식) 집터임에도 출구의 층계 흔적이 없어 사다리를 설치했을 것으로 한 실장은 추정했다. 이번 발굴이 한층 주목되고 있는 것은 유적지층이 확연히 판별되고 있는 점이다. 지층은 1자의 간격으로 덮였는데 맨 위 표토 층이 백제초기의 층. 여기서는 백제토기와 옹관이 2개나 나왔고 당시 건물의 주춧돌 등이 발견됐다.
그 바로 밑은 빗살문토기 말기에서 청동기시대에 이르는 층으로 반달모양의 석도도 발견되었다고 그리고는 유물 없는 간 층이 덮여있어 이때엔 사람이 없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신석기시대의 유물 층이 깔려있기도 하다.
드러난 집터들은 이 신석기 층에 해당되며 「카번·데이팅」 결과 약 5천년 전으로 밝혀졌는데 빗살문 토기가 파상문·격자문 또는 무문으로까지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8천여년 전 신석기시대 초기로부터 말기에 이르는 장구한 기간으로 풀이되고있다.
신석기 층 아래로 다시 간 층을 두고 석기만 채집되는 층이 하나 더 있는데 이는 구석기시대에 속하지 않나 주목되고 있다.
이같이 수천 년에 걸친 단일지역의 유적 층이 적잖은 유적까지 간수하고 있는 까닭에 이날 참석자들은 이 지역 1만여 평을 긴급 사적으로 지정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서울시가 「아파트」건립지로 택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어 이 유적을 파괴하지 말고 보호하도록 당국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날 참석자는 김원룡(서울대) 손보기(연세대) 김기웅(건국대) 황용운(경희대) 김정배·윤세영(고려대) 교수 등 10명이다.
이 간담회에서는 ①우선 발굴된 유적 위에 커다란 덧 집을 지은 뒤 과학진에 의해 수지로 굳히는 방법과 옛집의 복원을 검토하고 ②적어도 집터의 하나를「샘플」로 수거하는 방법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 당국에 건의키로 했다. <이종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