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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중 평양서 北核논의 의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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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군사공격이 단행됐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 핵 문제는 더욱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할 것입니다. 이런 시점에 남북의 대표적 정치.경제학자들이 평양에 모여 한반도 평화와 통일문제를 논의하고 해법을 찾으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오는 26~27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해외학자 통일회의'의 성사 주역인 건국대 백영철 교수(한국통일포럼회장)의 이번 회의에 대한 평가다.

북한 방문에 앞서 지난 20일 기자와 만난 白교수는 "1995년부터 99년까지 매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이 회의를 열면서 북한 측 파트너인 '사회정치학회'측과 쌓아 놓은 신뢰감과 남북 측 사이에서 중재.절충을 노련하게 해온 송두율 교수의 역할로 이번 회의가 성사됐다"고 말했다.

-이번 평양회의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단기적으론 북핵 문제에 대한 북측의 의도와 정책을 정확히 파악.검증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 긴장완화 방안을 찾아보려 한다. 장기적으론 이 학술회의를 남북한 내에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제도화.정례화를 통해 평화와 통일의 해법을 공동으로 마련코자 한다. 지난 1월 베이징 예비회의에서 차기 회의를 서울이나 제주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의논한 바 있다."

-회의가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은.

"한국통일포럼은 국내에서 전문성과 대표성을 지닌 학자들의 자율적 조직이다. 이들이 갖춘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의 준비를 사전에 철저히 한 데다 상대를 인정하는 '토론의 예절'을 지킨 것이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본다."

-그동안의 회의를 통해 얻은 성과가 있다면.

"남북의 학자들이 이념을 배제하고 격의없는 토론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본다. 우리 측은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었던 95년부터 화해.협력.교류.평화공존의 필요성을 일관되게 북측에 전달했다. 흡수통일에 대한 북측의 우려를 불식하고 적화통일의 부당성을 확인시켜 줬으며, 평화공존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데 기여했다는 생각이다. '불바다 발언'으로 알려진 박영수 북측 단장이 20여분에 걸쳐 자신의 발언을 해명함으로써 남북 교류협력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반세기에 걸친 분단의 결과이지만, 사고와 인식, 관행의 차이를 좁히는 게 어려웠다. 이번 통일회의에 대해 북측이 나름대로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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