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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안 출제·배점 재조정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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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남대학교(총장 민준직)는 9일 전국 고교 교장을 상대로 개최한 『대학교육 발전의 동향과 대학입학 시험제도의 개선에 관한 「세미나」』에서 76학년도 입시문제는 교과서 안에서만 출제하고 입시 과목에 대한 배점은 고교교육 과정의 과목별 이수시간 비율에 따라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시방침은 지난달 30일 문교부 주최로 서울에서 열렸던 『대학입학고사 및 대학예비고사 출제에 관한 협의회』에서 『대학입시 문제가 너무 어렵고 교과서 밖의 출제가 많다』는 일선 고교교사들의 지적이 있은 뒤 최초로 표명된 국립대학의 공식 답변이다. 아울러 76학년도 대학입시 제도에 대한 문교부의 정책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을 받고있다.
전남대가 처음 마련한 이번 입시 「세미나」에는 전남대 지원고교 교장 50여명과 출제를 맡고있는 교수 10여명이 참석, 상오 10시부터 하오 6시까지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전남대 측은 이광우 교수의 『대학개혁의 방향』, 오환기 교수의 『전남대학교 교육개선의 현황과 전망』, 노희관 교수의 『대학입시제도 개선의 동향』등의 강연을 했고 이어서 참석교장들의 질의와 교수들의 답변이 있었다.
「세미나」의 본론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 입시제도 개선의 동향』 강연에서 노 교수는 외국의 대학 입시제를 ⓛ개별대학이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입학시험 ②중등학교에서 실시하는 졸업시험에 의한 선발방법 ③중등학교의 성적에 의한 선발방법 ④국가 또는 제3기관에서 통일적으로 실시하는 시험에 의한 선발방법으로 분류하고 공통적인 점으로 ⓛ대학 입시제도가 고등교육의 확대 정책이라는 점 ②국가적 규모의 대학 입시제도 관리체제가 발달하여 간다는 점 ③국가 산업경제 발전과 직결된 고등교육 인구조절이라는 점등을 들었다.
이 같은 추세에서 우리 나라 입시 제도가 안고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학입시가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적극 지도하기 위해 새로운 형식의 협의안 등을 통해서 입시문제의 개량과 교과지도의 개선을 병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교수가 발표한 76학년도 전남대 입시과목 및 배점표는 별표와 같은데, 고교 교육과정의 단위(교육시간)에 따라 점수를 달리한 게 특징이다.
배점에 의하면 인문 사회계는 국어와 사회에, 자연계는 수학과 과학에 중점을 두었고, 사회 속에 포함됐던 국민윤리를 따로 독립시켜 국사와 함께 묶었다.
출제문제는 예비고사가 객관식이므로 입학고사는 전과목 주관식으로 할 예정이며, 예비고사 성적은 대학성적과의 상관관계 등을 밝힌 검증자료가 없는 현시점에서 25%이상을 반영할 수가 없으므로 총점의 22.4%를 할애했다고 노 교수는 말했다.
강연 후 토론에서의 일선 고교 교장들의 질의와 대학 측의 답변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문=출제범위 내용 등은 어떻게 될 것인지. 너무 어렵고 특이한 문제가 많고 범위가 넓어 정상적인 고교 과정으로는 대학입시를 준비할 수 없는 실정이다.
답=배점과 합께 문제 내용도 충분히 검토할 것이다. 예를 들어 국어과목이라면 작문·고문·문법 등의 문제빈도가 역시 수업 단위 비율로 결정될 것이다. 그렇다고 교과서 그대로 출제한다는 게 아니다. 이해력과 적응력 중심으로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려운 문제나 지엽 말단 적인 문제는 피할 것이다.
문=실업고교는 실습관계로 도시의 인문고교보다 절반 정도의 교과공부를 하고있다. 기술이 우수한 실업고교 졸업자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없는지. 또 그런 방향을 모색해야 할 의무가 지방대학에 있는 것이 아닌지.
답=문교부와 함께 우수 졸업자 추천제 등을 연구 중이다. 그러나 원칙상 실업고교의 목표는 완성교육이므로 입시에 특전을 줄 수는 없다.
문=고교 평준화의 촉진을 위해 입시제도를 폐지하고 고등학교 성적으로 대치할 수 없는가.
답=입시의 목적은 대학생활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능력 측정이 있는 것이고 시험제도 개선연구는 고교의 수업 정상화를 돕기 위한 것이다. 고교 성적이 과학적 합리성을 가지고 측정되고 있다는 검증이 없는 현재로서 입시 외에 다른 합리적 방안이 없다.
고교간의 입시 경쟁을 지양하기 위해 「커트·라인」이나 학교별 합격률은 비공개로 할 것을 문교부에 건의하겠다. <김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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