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의 중공방문목적 분석>"북괴, 중공에 대남 도발 묵인 요청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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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는 북괴 김일성이 중공지도자들과의 회담을 통해 대남 적화통일을 위한 전쟁준비를 끝내고 이를「민족내부의 일」로 양해해 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분석하고 북괴와 중공은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를 거부하는데 의견일치를 본 것으로 중간평가를 내려 국방·외교·경제적 측면에서 다각적인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 가까운 한 소식통은 24일 정부가 김일성의 중공방문에 대해 여러 모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히고『김의 중공방문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나 지금까지 중공부수상 등소평과의 3차례 회담결과와 공개된 김-등의 연설내용 및 금의 북경방문 전에 군사사절단을 중공에 파견, 인지사태후의 동남아경세를 전반적으로 검토한 사실 등을 종합하면 김일성의, 중공방문목적은 군사적인 원조를 요청하거나, 대남 도발행위에 대한 사전동의를 얻으려는 것보다는 어떠한 형태의 대남 도발행위를 하든지 묵인해 줄 것을 상대방에 통고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①김일성의 중공방문대표단 중 북괴군 총 참모장 오진우, 북괴군상장이며 노농적위대 총책임자인 전문섭, 공군사령관 오극렬 등 최고위 군사수뇌를 수행시킨 점 ②지하땅굴을 파는 작업을 시작한 연도부터 완공목표연도의 기간 ③금년이 이른바 노동당창당 30주년으로 올해를 대남 공작의 결정적 시기로 보고 있은 점 등으로 미루어 보면 김일성의 이번 중공방문 목적이 북괴와 중공간의 군사적인 관계에 중점이 있다는 것이 명백하게 확인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김일성이 대남 무력도발에 대한 의견제시를 했을 지는 모르나 중공으로부터 많은 원조를 얻으려 했을 거라는 일부 외신관측은 정학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미군은 한국에서 반드시 철수해야 한다」「미국이 지원하는 한국은 인경하지 않겠다」는 등소평의 발언으로 보아 중공이 비록 미국과는 긴장완화를 추구할지 모르나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는 원하지 않는 증거』라고 분석하고『지금까지 중공이 주한미군의 존재를 굳이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괴의 전쟁도발을 견제한 것이며 따라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위험성이 심각치 않다는 견해는 그 근거를 잃었으며 이런 주장은 하나의 환상에 지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또『4대강국의 세력균형이 평화를 보장할 것이라는 이론도 한반도에서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김일성의 중공방문과 최근 인지사태에서 명백히 입증됐다』고 말하고『세력균형은 세계적 차원에서는 수긍될 이론일지 모르나 국지적 차원에서는 평화보장이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 중동과 인지사태에서도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김일성은 지금까지 중공 당 주석 모택동·수상 주은래와의 한차례 회담, 부수상 등소평과 3차례 회담을 가졌으나 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공개연설에서 나타난 한반도 및 세계정세에 대한 김·등의 발인을 중심으로 금의 중공방문목적을 분석할 수밖에 없다.
등은 중공의 부수상이지만 중공군 총 참모장이며 모택동과의 회담에도 배석했다. 더구나 금이 이끌고 간 대표단 중 북괴군 총 참모장 오진우 등 최고위 군사수뇌들은 공식회담이외에는 일체 참석치 않아 중공의 군사시설을 시찰하거나 중공군수뇌와 별도의 협의를 가진 것으로 관측되어 북괴·중공간의 군사문제 중점협의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와 아울러 3개월 전에 11명으로 구성된 북괴군사전문가들이 중공에 파견되어 김일성의 일정과는 별도로 중공의 군사지도자들과 인지공산화 이후의 동북아 군사경세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김-등의 연설을 종합해 보면「한국에서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의견일치를 본 것이 크게 주목해야 할 대목으로 등소평의 이 같은 공식발언은「미국이 지원하는 한국은 인정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움직이므로 보아야 할 것 같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 대해 김일성이「전쟁이든 혁명이든 다가오는 혁명적 대 정변을 승리로 맞이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이 전쟁에서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은 군사 분계선이고 얻는 것은 조국통일」이라고 말해 무력침략의 의도를 명백히 표시했으며 등은「남한에서 혁명이 일어날 경우 적극 지원하겠다」고 한국에서의 내부분열을 획책했다.
등소평은「북한의 통일을 위한 투쟁을 언제나 견결히 지지하겠으며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자기문제는 자신이 해결하도록 하는 북한의 요구를 지지한다」고 말해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원하지 않는 증거를 보였다.
이러한 발언과 동향으로 보아 금은 이번 중공방문에서 이미 결정된 북괴의 대남 도발행위에 대해 상대방에 그 뜻을 전달하려는 것이 가장 본 목적의 하나라고 평가된다. 북괴는 앞으로의 전쟁도발을 단기전으로 해치우겠다는 속셈이므로 중공의 원조보다는 이러한 무력도발 행위에 대해 사전 양해와 이해를 구하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 갈다.
따라서 김일성이 이미 방문을 수락한 공산권4개국과 중립국7개국을 제쳐놓고 중공부터 방문한 것은 인지사태에 고무되어 앞으로 있을 미·중·소·일등 강대국의 한반도평화정착문제 협의에 종지부를 찍고 대남 적화혁명추진을 강력히 보장받으려는 계산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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