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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 철통 보안 … 윤여준·김성식도 몰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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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일의 야권 통합신당 발표는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이뤄졌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은 오전 9시30분쯤 기자들에게 ‘(기초선거) 무공천 및 통합신당 추진 발표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10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의원은 “6·4 지방선거 전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정부와 여당은 대선 때의 거짓말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고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 차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면서 신당 창당을 발표하자 순간 “아-” 하는 기자들의 탄성과 함께 회견장이 술렁댔다.

윤여준 의장

 통합 결정은 철통 보안 속에 이뤄졌다. 김 대표와 안 의원은 기자회견을 불과 한 시간 앞두고 각각 비공개 회의를 열고 신당 창당에 대한 추인을 받았다. 앞서 김 대표는 2일 오전 5시 비서진에게 “기자회견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김 대표가 오전 7시에 나오라고 소집하는 바람에 그제야 신당 창당 소식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의원과 당원들 역시 발표 직전까지도 ‘깜깜이’였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 5분 전 “미리 상의드리지 못한 점 널리 양해해주기 바란다”며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새정치연합도 마찬가지였다. 안 의원이 김 대표를 만날 때 배석한 사람은 송호창 의원뿐이었다. 통합 소식을 뒤늦게 접한 김성식 위원장은 "심각하게 고민하겠다”며 가족에겐 “당분간 여행을 떠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윤여준 의장은 한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취재진에 "기자들과 같은 시간에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한길 대표는 안철수 의원 진영과의 통합을 극비리에 추진했다. 그는 민주당 대의원에게 2일 오전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통합 사실을 통보했다(그림 왼쪽). [김경빈 기자]

 김한길 대표와 안 의원이 ‘제3지대 신당 창당’에 합의하는 데는 사흘이 걸렸다. 지난달 28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초단체장·의원 후보의 정당공천 배제’를 당론으로 결정한 김 대표는 그날 밤 안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당이 무공천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연대와 통합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다음 날 1일 오전 시내 모처에서 만난 두 사람은 양당 통합 문제에 대해 의견 접근을 봤다. 같은 날 저녁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자정을 넘기는 마라톤 협상 끝에 ‘제3지대 신당 창당’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2일 회견에서 김 대표는 “민주당의 무공천 결정이 선거를 준비해온 당원동지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요구하는 것인지 잘 알고 있다”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안 의원도 이 자리에서 “김 대표의 무공천 결단은 약속을 지키는 정치를 실제로 국민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양측의 통합은 커다란 폭발음”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신당 창당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공감하게 된 건 1월 24일 회동 때부터라고 한다. 민주당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1월 24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게 맞다”면서 “이때 최소한의 가장 넓은 차원의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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