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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을 아는 새 총리 이탈리아 패션의 르네상스 이끌까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요 몇 년 새 정치인의 패션 기사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미셸 오바마, 카를로 브루니, 케이트 미들턴,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까지-. 옷이 정치적 메시지를 품고, 또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이른바 ‘파워 드레싱(Power Dressing)’에 관한 것인데, 점점 그 용어만큼이나 별 ‘파워’가 없어 보여 꽤 심드렁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다시 눈길을 끄는 ‘파워 피플’이 나타났다. 이탈리아 새 총리로 임명된 마테오 렌치(Matteo Renzi)다. 신문에서 그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이런 훈남이 있다니’하고 감탄을 했다. 서른아홉이라는 나이도 나이거니와 청바지와 짙은 감색 재킷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정치인이 있을까 싶었다. 이 ‘청바지 총리’가 가죽 재킷과 소매 없는 점퍼도 즐겨 입는다는 기사 내용이 매력지수를 높였다.

그는 멋쟁이가 될 근본을 갖춘 자였다. 피렌체 출신이라는 한 마디가 모든 걸 대변했다. 더구나 대학까지 피렌체에서 나왔고, 피렌체 시장까지 했다니 더 할 말이 없었다. 피렌체가 어디인가. 세계 최대 남성복 박람회인 ‘피티 워모’가 열리는 곳, 세계 최고의 멋진 남성들이 몰리는 도시 아닌가. 당연히 오랜 세월 보고 배운 스타일링이 어느 정치인보다 남다를 수밖에 없으리라 여겨졌다.

이를 놓칠세라 패션 전문지 WWD는 지난달 그의 옷차림을 ‘잘 재단된 이탈리안 클래식 스타일’로 규정지으며 하나하나 분석하기도 했다. “코트는 어깨 선이 딱 맞고 깃이 살짝 올라가 고지식한 이미지 대신 위트를 선사한다. 또 화이트 셔츠에 폭이 좁은 타이로 세련된 취향을, 품이 딱 맞는 재킷과 좁은 바지통은 젊은 정치인의 역동감이 느껴진다.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든 서류가방 역시 소품으로 멋을 낸 비즈니스맨의 전형이다.”

재미있는 건 정치인들이 보통 자신의 옷차림을 두고 벌이는 품평에 대해 묵묵부답하거나 겸손을 떨기 십상인데 그는 좀 다른 것 같다. 오히려 즐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는 지난해 연예잡지 ‘배니티 페어’ 이탈리아판에 표지 모델로 등장해 화이트 셔츠에 타이를 매는 모습을 선보였는데, 이는 미국 아이돌 가수 저스틴 비버가 같은 잡지에서 취했던 포즈를 그대로 따라한 패러디였다. 이후 “어려웠던 시간들을 모두 보상받은 것 같다. 나는 마침내 (배니티 페어의 표지 모델이 되는 것으로) 목표에 도달했다”는 농담을 트위터에 남기기도 했다. 이후 총리 취임 전까지 방송 출연과 잡지 촬영이 빈번하게 이뤄졌다.

먼 나라 총리의 옷차림에까지 별 관심을 다 쏟는다 싶겠지만 특별히 관심이 가는 건 이유가 있다. 일단 ‘정치인 패션’ 하면 도마에 오르는 건 지금껏 대다수가 여자였다. 베스트이든 워스트이든 입방아에 올랐는데, 그러다 보니 그 자체에 대해 가십일 뿐이라거나 성적 차별이라는 비난이 생겨나곤 했다. 그런데 렌치 총리 건을 계기로 이제는 정치인 패션이 만들어내는 이미지 메이킹, 인기도와의 관계 등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이고 확장된 논의가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더 중요한 건 그가 내놓을 패션 개혁이다. 패션으로 먹고 사는 이탈리아의 패션 산업은 최근 고비용으로 인해 경쟁력을 잃어가며 날로 침체의 늪을 걷고 있다. 때문에 패션계 인사들이 새 총리 임명을 계기로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실제로 지난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이탈리아 대표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작심한 듯 공언했다. “이탈리아 패션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정부는 더 이상 말뿐이 아닌 진짜 액션을 보여달라”고 말이다. 패션 관련 정부기구 CNMI(Camera Nazionale della Moda Italiana) 대표인 제인 리브도 “렌치 총리는 우리가 필요한 것을 알고 있다”는 말로 강한 요구를 대신했다.

이제 그가 여기에 응답할 차례다. 그는 과연 어떤 스텝을 취하게 될까. ‘패션 산업을 육성하자’ ‘침체된 섬유산업을 부활시키자’는 구호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우리로서도 눈여겨볼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순방 외교 때나 빛나는 정치인의 패션이 아닌 정치인의 패션 개혁, 진정한 ‘파워 드레싱’을 그에게서 기대해보는 이유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마테오 렌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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