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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사람들 반했답니다 … 작지만 세련된 한국 건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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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건축가 이민·손진(이손건축)이 설계한 경북 경산시의 운문유치원. [건축사진가 박완순]

“지금까지 한국 건축이라고 하면 획일적인 대단위 아파트 단지 등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그 틈새에서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민하고 디테일에 주목하는 건축가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앞으로 이들 중에서 세계에서 주목받는 롤 모델이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자크 뤼캉 프랑스 건축이론가)

 “건축을 문화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건축가들의 작업이 인상적이었다. 규모는 작지만 세련되고 감각적이며 사려깊다.” (캐롤린 마니아크 프랑스 파리말라케 건축학교 교수)

건축가 정재헌(EN 건축사무소)이 설계한 양평 ‘펼친 집’(Unfolding House). [건축사진가 박영채]

 한국 건축이 세계 문화의 중심지 프랑스 파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파리 생제르망 데 프레 화랑가에 자리한 파리말라케 건축학교 전시장에서 한국 현대 건축전 ‘포인트 카운터포인트 : 한국 건축의 궤적’(3월 9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국내 건축가 10팀의 작업을 조명하는 자리다. 한국 건축이 프랑스에서 이같은 규모로 소개되기는 처음이다.

 이번 전시는 2007~2009년 독일 ·에스토니아 ·스페인 에서 열린 건축전 ‘메가시티 네트워크’, 2010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전시에 이어 해외에서 열리는 대규모 건축전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 건축가들의 작업에 대한 세계의 시선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음을 또 한 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제는 우리 건축이 문화외교의 주체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한국 건축의 궤적’ 파리 전시장

 특히 이번 전시에서 조명을 받는 건축물에는 이른바 ‘대형’건축물이 거의 없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학고재 갤러리, 이진아 기념 도서관, 허유재 병원, 운문 유치원처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중간 규모의 다양한 건축물들이 망라된 것이다. 획일화의 풍경을 비집고 싹트고 있는 한국 특유의 ‘틈새건축’들이다.

 한양대 건축학과 정인하 교수와 함께 공동 큐레이터로 참여한 캐롤린 마니아크 교수는 지난해 12월 한국을 직접 방문해 건축가 10팀을 일일이 만나 인터뷰하며 이 모든 과정을 동영상으로 제작했다. 덕분에 전시장에서는 한국 건축가들의 도면과 사진은 물론 생생한 육성 인터뷰도 소개되고 있다. 마니아크 교수는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번에 소개한 건축가들은 영국·이탈리아·프랑스·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건축을 공부한 이들로 구성했다. 국제적인 감각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공간을 배치하는 방식에서는 한국 특유의 개성이 녹아 있는 점이 가장 흥미롭다”고 밝혔다.

 마니아크 교수는 이번 전시를 기념해 덴마크 ‘B’출판사가 출간한 240쪽 짜리의 책자에 건축가들의 작업과 특징은 물론 자신이 방문한 안동 병산서원과 양동마을을 상세히 소개하는 글을 썼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 건축에 대한 흥미로운 기록이다.

 마니아크 교수는 학고재 갤러리·두가헌·현대카드 디자인 갤러리를 설계한 최욱(One o One)을 가리켜 “한국 건축의 DNA를 발견하기 위해 분투한 건축가”라 평했다. “공간 배치에 매우 세심한 그의 건축물에는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한국 특유의 공간이 스며 있다”는 것이다. 건축가 김종규에 대해서도 “정제된 건축 언어로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을 조화시키는 건축가(건축사무소 M.A.R.U.)”라고 소개했다.

개막식에는 이브 리옹 , 팀 벤튼, 로랑 보두앵 등 프랑스 건축계의 저명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모았다. 이번 전시에 총괄디렉터로 참여한 건축가 한만원(HNS건축사무소 )씨는 “전시를 준비하며 가장 피하고 싶었던 것은 파리 한가운데서 열리면서도 ‘우리만의 축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점이었다. 우려와 달리 건축계 인사와 학생들이 전시장에 몰려와 매우 놀랍고 뿌듯했다. 한국 건축이 세계 무대로 도약하는데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전시 참여 건축가=최욱, 이민·손진, 김정주·윤웅원, 정재헌, 김종규, 김영준, 이은석, 이민아, 이소진, 한형우·이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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