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장기·고정금리 대출 이용 땐 소득공제 확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은행에서 고정금리로 주택자금을 빌려 10년 이상 나눠갚는 사람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이 확대된다. 이자율 상한을 정한 금리상한부 대출과 고정금리와 변동금리가 혼합된 대출 상품도 출시된다.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은 27일 세종로 정부 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을 발표했다.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2017년까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지금보다 5%포인트 낮추겠다”고 한 데 대한 후속 조치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가계부채는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일 뿐만 아니라 민간소비를 제약하는 원인”이라며 “주택담보대출을 선진국처럼 고정금리·장기·분할상환 구조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2012년 기준 163.8%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34.8%)보다 30%포인트 높다. 이를 2017년까지 158.8%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이러려면 빚을 줄이거나 소득을 늘려야 하는데, 이날 대책은 빚을 줄여나가는 데 초점을 뒀다.

 우선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와 비거치식 분할상환 비중을 2017년 말까지 각각 40%로 확대키로 했다. 금리 변동 영향을 덜 받게 하면서, 원금을 조금씩이라도 갚아나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고정금리대출 비중은 15.9%,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비중은 18.7%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고정금리대출의 소득공제 혜택을 확대한다. 지금은 만기가 15년 이상인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에만 최대 15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데, 이 한도를 18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또 만기가 10~15년 미만인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자도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내년부터 받는 대출에 적용된다. 소득공제를 받으면 금리 5%로 1억원을 대출받을 때 실질금리가 약 0.4%포인트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도시 근로자 평균소득(444만7000원)을 버는 사람이 대출이자로 1년에 500만원씩 내고 있다면 연 40만원 정도를 돌려받게 된다.

 영세자영업자의 고금리 대출을 낮은 금리(8~12%)로 바꿔주는 ‘바꿔드림론’ 지원 대상도 확대된다. 지금은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이 대상이지만, 앞으론 15% 이상 대출도 지원해 준다. 이에 따라 약 2조7000억원의 고금리 대출이 바꿔드림론 대상에 새로 포함된다. 지원액도 연간 1400억원에서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늘린다.

 다양한 대출상품 출시도 유도한다. 금리변동주기를 5년 이상으로 하고, 3~5년간은 1%포인트까지만 올릴 수 있는 금리상한 대출과 같은 다양한 준고정금리 상품을 개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제2금융권에서 단기·일시상환 대출을 받은 서민들이 장기·분할상환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은 올 상반기 중에 시범 도입된다. 주택금융공사와 금융주택기금 재원을 활용해 1000억원 내외 규모로 실시된다.

 그러나 2011년 나왔던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과 비교해 그다지 새롭지 않고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 규모가 지난해 말 482조원에 달하지만, 관련 대책은 1000억원짜리 시범사업이 전부인 것도 문제다. 또 이미 변동금리·거치식 대출을 선택한 대다수 대출자는 만기가 도래해 상품을 갈아타지 않는 이상 소득공제 같은 혜택을 보지 못한다.

 과거에 실패했던 상품이 다시 대책으로 나오기도 했다. 한 은행권 개인여신 담당자는 “금리 상한선을 정하는 ‘금리상한부대출’은 이미 6~7년 전 은행들이 팔다가 고객들이 찾지 않아 없앴던 상품”이라며 “정부 대책이 결국 과거에 했던 것을 다시 내놓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 저금리가 지속된 학습효과 때문에 소비자가 고정금리 대출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박유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