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란디스-신수정의 멋진 조화|24일 밤의 내한공연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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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랜만에 피아니스트 신수정씨가 독일의 거장 「바이얼리니스트」 브란디스씨와 함께 국내 팬들 앞에 서게 되어 기대가 크다.
이들 두 사람의 연주회는 그들 각자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정상의 독주가라는 점 위에 그 동안 여러 번 함께 무대에 서 왔던 멋진 호흡으로 해서 더욱 빛을 내고 있다.
노련한 「바이얼리니스트」 「브란디스」씨는 이미 「베를린·필하머니」의 수석악장으로서의 오랜 관록과 인간적인 폭이 연주에 깊게 깔러 청중을 매혹시켜 왔으며, 또한 「피아니스트」 신수정씨는 국내 팬들 뿐만 아니라 유럽에까지도 널리 그 재능을 인정받고 있는 터이다.
특히 「피아니스트」 신수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매혹적인 연주에 앞서 명랑한 웃음과 소박하고 섬세한 그의 감성에 우선 친근감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아름다운 인간성은 바로 음악가 신수정의 예술에 그대로 투영되어 그를 더욱 뛰어난 연주가로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이 「피아니스트」는 청중들로 하여금 주법상의 기교를 느끼게 한다기 보다는 「피아노」를 통하여 아름답고도 진지한 대화를 즐기게끔 만드는 천부적인 「피아니스트」인 것이다.
때문에 신수정에게 있어서는 기교나 또는 음색을 따지기보다는 작품의 내면세계를 승화시켜 청중과 함께 호흡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은 바로 요근래 그에게 있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예술적 형상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그의 미국유학 이전의 연주가 남성적이고 외향적인 면과는 상당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데 그것은 그의 끊임없는 예술탐구의 노력과 의욕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브란디스」의 연주를 가리켜 흔히 그가 숱한 대가들과의 협연을 통해 터득해 낸 「새로운 저력」이라고 평한다. 신수정의 경우도 「오스트리아」 「빈」유학시절부터 「요셉·디히라」교수를 비롯하여 「레온·프라이셔」 「빌헬름·캄프」등 저명한 예술가들과의 수업을 통해 그의 독특한 세계를 쌓아 올린 점을 들고 싶다. 결국 이러한 모든 것으로 하여 그는 품위있는 예술의 도시 「빈」의 향기를 그대로 몸에 지니고 있는 「피아니스트」가 아닌가 한다.
오는 24일 서울국립극장에서 열릴 이들 두 예술가의 「소나타의 밤」은 지금까지 우리가 높게 기대하고 있는 「2중주」의 개념을 더욱 뚜렷하게 만족시켜 줄 것임엔 틀림없다. 나는 특히 이들 두 사람의 인간적인 원숙한 성품이 이번 서울 무대 위에서 향기 짙은 예술세계를 많은 청중에게 경험시켜 줄 것을 확신한다.
더우기 이날 연주될 「모차르트」 「멘델스존」 「브람스」의 음악이 이들 두 사람의 개성을 더욱 뚜렷이 감상할 수 있게끔 해줄 것이므로 기대가 크다. <성두영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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