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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트윗왕 "친구 얻고 돈 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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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11일 서울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서 최재규(79)씨가 스마트폰 공부에 열중이다. 최씨는 2012년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해 인터넷뱅킹·e메일 등 웬만한 기능은 다 쓴다. 최씨는 “더 배우러 나왔는데 내비게이션 사용법을 알게 돼 좋다”고 말했다. 6074세대(60~74세)뿐만 아니라 그 이후 연령대도 스마트폰을 잘 활용한다. [박종근 기자]

스마트폰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이 젊은 노인 6074세대(60~74세)의 삶을 바꾸고 있다. 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데다 일자리까지 제공한다. 이들의 변신은 눈부시다.

 “사랑해, 짱구씨잉~.”

 2012년 여름 어느 날 서울 은평구 이춘희(63·여)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남편(박청희·72)이 스마트폰 액정에 이런 글귀를 새겨 내밀었다. 스마트폰의 ‘전광판 앱(애플리케이션의 준말)’ 애정고백이다. 박씨는 지하철에서 젊은이한테 배웠다. 박씨는 “스마트폰을 쓰면서 신세계가 열렸다”고 말한다.

 6074들은 노인복지관·지자체·공공도서관의 교육장에서 스마트폰을 배운다. 교육은 KT·SKT 등이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무료로 한다. 여기서 배운 6074가 강사가 돼 다른 6074를 가르치기도 한다.

 이런 활동 덕분에 스마트폰을 손에 쥔 6074가 크게 늘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이 쓰는 휴대전화 중 스마트폰의 비율은 2012년 1월 13%에서 지난해 11월 27%로 두 배가 됐다. 스마트폰 뱅킹 인구 중 60세 이상의 비율도 2012년 말 2.6%에서 지난해 말 3.5%로 증가했다(한국은행 자료). 6074는 카톡·밴드·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친구를 만나거나 전자책 보기, 주식체크, 당뇨관리, 게임, 길찾기, 티켓예매 등을 한다.

 새로운 일자리도 속속 나온다. 1인 기업 ‘맥아더스쿨’의 정은상(60) 대표는 지난해 5월부터 홈페이지에서 수강신청을 받은 뒤 6074를 방문해 스마트폰 지식을 파는 SNS 보부상이다. 두 달(주 1회)간 SNS 활용법, 동영상 제작법 등을 가르치고 20만원을 받는다. 지금까지 120명을 가르쳤고 단체교육을 나가기도 한다. 페이스북 친구는 8000명, 트위터 팔로어가 2만 명이 넘는다. 정 대표는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을 했을 때 70세였다. 고령화 시대에 6074는 청춘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본지가 스마트폰을 쓰는 13명의 6074를 심층 인터뷰한 결과 ▶새로운 세상을 접함으로써 행복지수가 올라가고 ▶시대 변화를 따라잡는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가족·친구 관계가 돈독해지고 ▶건강관리에 도움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화여대 김미영 간호학부 교수는 “6074에게 스마트폰이 생활의 편리와 재미를 가져오고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건강관리나 여가 프로그램 앱 개발이 필요하다”며 “6074를 위한 저렴한 요금제를 도입해 정보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장주영·김혜미·정종문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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