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잊혀지는「운송수단」|마차가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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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민생활의 애환을 함께 나누던 말(마)의 숫자가 해마다 크게 줄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서울 등 도시에서도 마차를 흔히 볼 수 있었으나 근년 들어 농촌에서조차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말의 번식률이 소·돼지 등 다른 가축보다 크게 낮은 데다가 비싼 사료를 많이 먹고 또 농촌에 보급된 경운기나 삼륜차에 밀려 그나마 남은 말도 푸대접만 받고 있다.
농수산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65년 2만7천6백83마리였던 것이 74년 말 현재 1만 마리가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동안 거의 3분의1로 줄어든 셈이다.
같은 기간 동안 소의 사육은 크게 장려되어 43만9천 마리가 증식되었고(34% 증가)경운기는 무려 56.4%나 신장된 6만2천6백여 대로 늘어났다.
현재 전국의 말 1만 마리 중 제주도에만 약 6천4백 마리, 한국마사회의 경마용 말 4백여 마리를 빼면 겨우 3천여 마리가 농촌에서 사육되고 있다. 말 사육은 ▲농사용으로 쓰이는 일이 드물어 농촌사육을 꺼리고 ▲말의 적재능력(평지 1t)이 경운기의 적재능력(1.5t)에 뒤지며 ▲사료 값의 부담이 크고(작년 30%인상) ▲질병치료가 소에 미치지 못하며 번식시키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또 말을 번식시키기 위한 종 마장이 전국에 한 군데도 없어 품종개량은커녕 남은 말조차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지난 70년도이후 농촌이나 중소도시에 농사용으로 널리 보급된 국산경운기가 농산물이의의 직재 물을 실어 나르는 등 영업행위를 하기 때문에 비싼 사료 값만 드는 말은 달구지용으로도 거의 푸대접받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 순천시의 경우 농우는 지난 69년 9백45마리였던 것이 1천86마리(73년)로 늘어났으나 말은 85마리에서 55마리로 줄어들었다. 마부 박재옥씨(42·순천시 생목동산1)는 5년 전 조랑말 1마리를 12만원에 사서 6식구의 생계를 이어왔으나 요즘은 일거리가 반이나 줄었다고 우울해 했다. 경북안동지방의 경우 지난 70년 43마리나 되던 말이 금년 들어 겨우 6마리가 남아 있을 뿐이다. 안동시·군의 경운기 보급대수는 현재 6백43대인데 지난 5년 동안 1년에 평균1백28.6대가 늘어난 것(안동군 농협 조사).
10년 동안 마차를 끌어온 김재덕씨(53·안동시 삼산동63)는『당국의 눈을 피해 영리행위를 하는 경운기를 단속해야 마부들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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