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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양산…올해들어 20여권 출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새해 접어들면서 또다시 20여권의 신간시집이 쏟아져 나와 금년의 시집양산은 예년 수준을 능가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집을 발간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물론 「독자에의 접근」이지만 이를 세분하면 대강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첫째는 시의 상품화를 기하여 대량판매를 목적으로 한 것, 둘째는 이미 시적 능력을 인정받은 중견이상의 시인이 그간의 작품활동을 정리, 새로이 평가를 받고자 하는 것, 셋째 는 「데뷔」가 일천한 신인 혹은 시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시집으로써 문단에 선을 보이려는 것 등이다. 경우에 따라 다소의 예외는 있지만 이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시집들은 출판사의 기획에 따라 출판되며 두번째·세번째에 해당하는 시집들은 대부분 자비출판이다.
시가 계속 독자로부터 외면 당하는 한 시집의 양산이 반드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면 우선 상품화되는 시집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작년에 김수영·김춘수·정현종·이성부·강은교씨 등 5명의 시집을 발간, 상당한 성공을 거둔 민음사는 금년에도 박재삼씨의 『천년의 바람』, 고은씨의 『부랑』, 황동규씨의 『삼남에 내리는 눈』. 최민씨의 『상실』등 4권의 시집을 내놓고 독자의 반응을 타진하고있다.
이 「시리즈」의 시인선정에는 논란이 없는 것도 아니나 똑같은 체재, 싼값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 독자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금년에 나올 개인시집으로서는 문덕수씨의 『새벽바다』, 이정기씨의 『노실 고개의 해당화』, 장윤우씨의 『그 겨올 전차의 포신이 드린 그림자』, 이탄씨의 『줄 풀기』, 박경용씨의 『그날 그 아침』(동시집)등이 두 번째에 해당되는 시집으로 보인다.
문덕수씨의 경우 제4시집이 되는 『새벽바다』는 이미 그가 오랫동안 시단에 끼쳐온 상당한 영향력이 결집되는 듯한 느낌을 주며 이정기씨의 제4시집 『노실 고개의 해당화』역시 이미 그가 3년 전 내놓은 제3시집 『CJS양의 사랑』에서 보인바 전작장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재학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30대 중견시인인 장윤자·이탄씨의 시집들도 우리의 현실과 시가 형성하는 좌표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문제시집이며 박경용씨는 그의 새장시집에서 장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출간된 시집가운데서 특색 있는 시집을 꼽는다면 조병화씨의 영역 시 선집 『구름이 지나는 곳』(Where Clouds Passby·「케빈·오럭」역), 영문학자인 김재현씨의 『토양의 반항』, 역시 영문학학자인 이영걸씨의 『달』, 그리고 70년대에 「데뷔」한 김용범·윤석산·조정권 3씨의 공동시집 『분리된 의자』등일 것이다.
조병화씨의 시는 이미 여러 차례 외국어로 번역 소개된바 있으나 우리 시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한 외국인신부에 의해 철저히 완역되었다는 점에서 뜻이 있으며 김재현·이영걸씨의 시집은 이들이 오랜 영문학 연구과정을 통해 우리 시를 영역하기도하고 영시를 우리말로 소개하기도 했으나(특히 김씨는 영 시집을 내놓기도 했다)이번 각기 처음으로 우리 시를 써 책으로 엮었다는데 큰 뜻이 있다.
또한 김용범·윤석산·조정권 3씨의 공동시집은 70년대에 등장한 소위 「천년대시인」이 펴 보이는 70년대 시의 특질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단의 주목을 끈다.
이밖에 조남기씨가 『산도 집』을, 안영호씨가 『유형의 강』을, 정지양씨가 『다듬이소리』를, 송상욱씨가 『망각의 바람』을 각각 내놓고 있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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