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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처치·검사·수술 논스톱 … 목포에 첫 중증외상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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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목포한국병원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이 뇌수술을 받은 여성 환자(64)에게 인공호흡기를 연결하고 있다. 이 환자는 20일 밤 집에서 넘어져 혼수상태에 빠졌고 21일 새벽까지 수술을 받았다. [사진 목포한국병원]

쿵~. 23일 오전 5시 전남 목포시 죽동 이모(74)씨가 안방에서 화분을 옮기다 넘어졌다. 이씨는 별일 아닌 듯 일어나서 말을 했다. 한 시간여 지났을까. 말을 못하고 의식이 흐려지고 팔다리 마비 증세가 왔다. 가족이 119 구급차를 불렀다. 오전 6시50분 목포한국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컴퓨터 단층촬영(CT) 등 검사 결과, 외상에 의한 뇌경막 아래 출혈로 진단됐다. 응급실 바로 옆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돼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인근에 사는 영상의학·마취전문의가 달려왔다. 오전 8시 유남훈(38·신경외과) 전문의 집도로 수술이 시작돼 오전 11시30분에 끝났다. 환자는 앞으로 2주 사이 소생 여부가 결정된다. 휴일 아침인데도 외상센터에 15명의 전담의료인력이 근무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 병원 박인호 원장은 “이씨 같은 환자는 수술이 이르면 이를수록 소생 가능성이 높고 후유증이 줄어든다”며 “외상센터 덕분에 신속하고 전문적인 처치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목포한국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권역외상센터 1호다. 21일 문을 열었다. 외상센터는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구한 아주대 이국종(외상외과) 교수의 꿈이다. 2011년 이 교수가 외상센터를 국가 어젠다로 끌어올린 지 3년 만에 꿈이 이뤄지고 있다. 목포한국병원 외상센터는 외상전담전문의(17명)·간호사(60명) 등의 전문의료진과 중환자실·소생실·수술실·CT·혈관조영실 등의 전용 시설·장비를 갖추고 있다. 정부가 96억원, 병원이 86억원을 투입했다.

복지부는 2012년 이후 9곳의 권역외상센터 대상 병원을 선정했고 올해 두 곳이 추가된다. 이 중 목포한국병원이 인력 등의 요건을 갖춰 처음 공식 지정돼 문을 연 것이다. 이 병원은 2011년 9월 닥터헬기 운영을 시작했다. 복지부는 2016년까지 2000억원을 투입해 권역외상센터를 17곳으로 늘릴 방침이다. 지금은 외상환자의 35%가 제대로 된 처치를 못 받아 숨지는데 이를 20% 밑으로 낮추는 게 목표다.

 이 교수가 소속된 아주대는 지난해 11월 병실을 리모델링해 외상환자 전용 병상과 전문의를 갖춰 진료를 시작했다. 시설·인력·장비를 모두 갖추면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받게 된다.

 울산대병원 외상센터도 이번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 때 중환자 진료에 역할을 했다. 이번 사고 때 경규혁(38) 외상외과 전문의를 비롯한 외상센터 소속 의사가 중증외상을 입고 실려온 부산외대 학생(19·여) 진료에 체계적으로 대응했다. 18일 오전 1시30분쯤 학생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거의 의식이 없고 체온 측정이 안 될 정도였다. 그날 오전 10시까지 세 차례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이 교수는 “울산대병원 외상센터가 이번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며 “예산 지원 덕분에 외상센터가 진전되고 있어 진료의 질이 올라갈 것이다. 이제는 생명을 많이 구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권역외상센터= 머리·장기(臟器)·뼈 등에 심각한 외상을 입은 환자를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치료한다. 다음 달 인천 길병원이 2호로 지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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