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원자재, 사실상 원화로 살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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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과 호주의 중앙은행이 5조원(50억 호주달러) 규모의 자국 통화를 맞교환하는 계약을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호주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국내 기업들은 미국 달러 대신 호주달러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또 국제금융 위기가 닥쳤을 때도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호주 시드니를 방문 중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글렌 스티븐스 호주 중앙은행 총재와 통화스와프(통화맞교환) 계약에 서명했다. 만기는 3년이며 두 나라의 합의로 연장할 수 있다. 이번 계약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한·호주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에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계약으로 한은은 최대 5조원의 원화를 호주 중앙은행에 맡기고 50억 호주달러를 받아올 수 있다. 한은은 이 호주달러를 시중은행을 통해 호주에서 원자재를 들여오는 국내 기업에 지원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호주 중앙은행은 최대 50억 호주달러를 한은에 주고, 같은 금액을 원화로 바꿔갈 수 있다. 한국은 호주의 네 번째 교역국이고 호주는 한국의 일곱 번째 교역국이다. 지난해 호주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은 96억 달러, 수입은 208억 달러였다. 한국은 철광석과 유연탄을 주로 수입하고, 경유와 자동차를 호주에 수출한다.

 G20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원 부국인 호주는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왔고 신용도도 좋다. 호주와의 통화스와프는 실질적인 효과뿐 아니라 한국 경제가 그만큼 건실하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다른 나라와 1000억 달러 정도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다. 자국 통화를 서로 바꾸는 계약을 체결한 곳은 호주와 중국·아랍에미리트(UAE)·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예정) 등이다. 중국과의 계약이 64조원(3600억 위안)으로 가장 많다.

 이런 자국 통화 스와프는 달러화를 직접 조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제적인 금융 위기가 발생해 달러화 조달이 어려운 경우에도 해당 국가와 정상적인 무역거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통화스와프 자금으로 기업들이 쉽게 무역결제를 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와 인프라를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달러화를 직접 확보할 수 있는 통화스와프도 있다. 위기 시 역내 자금지원 프로그램인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 다자간기금에서 받아올 수 있는 달러화가 192억 달러다. 여기엔 한국·중국·일본과 아세안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CMI의 양자 간 협정에 따라 일본과 1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도 맺고 있다.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규모는 한때 700억 달러였지만, 지금은 100억 달러로 줄었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8년 10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지만 2010년 2월 종료됐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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