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조트, 일반 예약자엔 폭설 이유 "오지 말라" 통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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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현장에서 명지대 박영석(토목환경공학과·오른쪽) 교수 등 한국강구조학회 조사단이 무너진 철구조물 등을 살펴보고 있다. 조사단은 붕괴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이날 내부 모습을 샅샅이 촬영했다. 조사단 뒤쪽으로 행사 때 쓰인 스피커들이 나뒹굴고 있다. 일부 샌드위치 패널은 무너질 때의 충격으로 찢겨져 나갔다. [차상은 기자]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아니다. 인재(人災)다.”

 경찰이 부산외국어대 신입생과 재학생 등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에 대해 이런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경북경찰청은 19일 마우나오션리조트 총지배인 등 관리책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안병덕(57) 리조트 대표도 조사한 뒤 혐의가 잡히면 사법처리키로 했다.

 경찰은 리조트 측이 사전에 붕괴 위험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무리하게 체육관에서 행사를 강행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 측은 “직전에 인근 지역에서 리조트 체육관과 똑같은 구조의 건물이 눈 때문에 무너지는 등 위험 신호가 나왔다”며 “이를 알면서도 체육관 지붕 위의 눈을 치우지 않은 채 행사를 한 것은 명백한 과실”이라고 설명했다. 리조트에서 멀지 않은 울산에서는 지난 11일 눈 때문에 공장이 무너져 근로자 2명이 숨지는 등 붕괴 사고 6건이 있었다. 하나같이 얇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을 끼운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건물이었다. 무너진 리조트 체육관 역시 샌드위치 패널로 세웠다. 리조트 측은 지붕 위 눈을 치우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진입로 제설을 하느라 여력이 부족해 작업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마우나오션리조트는 또 폭설이 내리자 일반 예약자들에게는 오지 말라고 통보했으면서도 부산외대 행사는 그대로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리조트 측은 지난 9일부터 폭설이 이어지자 주말인 14~15일 숙박 예약자들에게 ‘오지 말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 등을 보냈다. 부산외대에 이 같은 통보를 하지 않은 데 대해 리조트 측은 “14~15일은 폭설 때문에 도로가 막혔지만, 부산외대 행사가 있던 17~18일에는 도로에 눈을 치워 고객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이날 부산외대 총학생회와 행사를 진행한 이벤트 업체, 리조트 관계자 등 20여 명을 조사했다. 총학생회 간부에게는 왜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신입생 환영 행사를 했는지 캐물었다. 총학생회 측이 경주 켄싱턴리조트에서 마우나오션으로 장소를 바꿨다고 했기 때문이다. 총학생회는 “켄싱턴리조트와 구두 예약을 했으나 취소 통지가 왔다”며 “급히 장소를 찾다 보니 마우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켄싱턴리조트 단체예약 담당자는 “부산외대 총학생회가 지난달 말 답사는 왔으나 예약은 문의조차 한 적이 없다”며 “구두로 예약했다 취소 통지를 받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맞섰다. 부산외대 신입생 행사를 진행한 이벤트업체 대표 신모씨는 “총학생회가 마우나오션리조트를 잡으라고 해 그대로 따랐다”고 말했다. 신씨는 “약 5400만원에 행사 계약을 했으나 아직 돈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은 행사 6일 전 리조트 측이 무너진 체육관 보강 공사를 검토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이 부분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리조트 측은 체육관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서도 지붕 위 눈마저 치우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해 리조트 정희봉 홍보팀장은 “보강공사는 전혀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글=홍권삼·황선윤·위성욱 기자
사진=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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