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한 필리핀서 또 한국인 피격 사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필리핀에서 한국인 관광객 1명이 괴한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현지 거류민이 아닌 한국인 관광객이 필리핀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건 처음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18일 오후 7시30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북서쪽 80㎞ 위치의 관광도시 앙헬레스 클락지역 프리즘 호텔 앞에서 저녁식사를 하러가던 허모(65)씨가 괴한 2명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오토바이를 탄 괴한 2명은 허씨를 포함한 일행 4명에게 몰래 접근한 후 9㎜ 권총을 여러 발 쐈다고 한다. 허씨는 머리에 총격을 받아 쓰러졌고 이모(37)씨 등 동행한 3명은 급히 자리를 피해 목숨을 건졌다. 현지 경찰은 지난 1월에도 앙헬레스 지역에서 오토바이를 탄 괴한이 은행에서 나오던 한국인 1명에게 총을 쏘고 2만 달러를 빼앗아간 사건이 있었던 만큼 이번 사건도 금품을 노린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15일 필리핀 관광을 시작한 허씨는 19일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이었다.

 앙헬레스 지역은 현재 여행경보단계 2단계인 ‘여행자제’ 발령지역이다. 지난해 4월에도 한국인 2명이 무장괴한의 총격을 받아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는 등 총격사건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정부는 여행객이 신변안전에 특별히 유의해 여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필리핀은 연간 100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찾는 관광지다. 지난해에만 116만 명이 방문해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1위(2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100만 정이 넘는 불법 총기가 유통되고 있고 오토바이를 탄 전문킬러가 청부살해를 저지르는 등 강력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필리핀 지역이 여행자제(2단계) 또는 여행제한(3단계) 지역이다. 지난해에만 13명이, 지난 5년간 37명의 한국인이 목숨을 잃었다.

정원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