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침략』의 정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유엔」총회는 14일 4반세기 이상이나 끌어온 「침략에 관한 정의」를 채택했다.
침략전쟁을 금지하는 대신, 자위전쟁만을 인정하고 있는 「유엔」으로서는 무엇이 침략인가를 정의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다. 이제까지는 무엇이 침략행위인가에 대한 법적 정의가 없었으며, 안전보장이사회가 평화에 대한 위협·평화의 파괴 또는 침략행위의 존재를 정치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침략행위의 존부를 결정하는 법규범이 없었기 때문에 상임이사국을 비롯한 회원국들의 정치적 판도에 따라 침략의 개념이 정치역학적으로 결정되었었다. 1950년6월25일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소련이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군의 대한국민에 대한 군사공격 행위를 『평화의 파괴를 구성하는 행위』로 규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공군이 북한군을 도와 남침하자 『안전보장이사회는 중공의 한국 개입에 관하여 상임이사국간의 의견불일치로 말미암아 국제적 평화와 안전보장에 대한 그 제l차적 책임을 완수하지 못함을 지적하곤 「유엔」총회가 『중화인민공화국 중국정부는 이미 한국에서 침략을 자행하고 있는 자들에게 직접적 원조를 제공하고 또 한국 내의 국련군과 교전함으로써 그 자신 한국의 침략에 개입하였음을 발견』하였다고 규탄결의 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이번 제29차 총회가 8개 조항의 침략정의를 만장일치로 가결한 것은 「유엔」탄생 이후의 획기적인 일이라고 하겠다. 제1조는 『침략은 어느 국가(유엔 가입여부를 불문)가 타국의 주권·영토보전권 또는 정치적 독립에 대해 무력을 사용하거나 「유엔」헌장에 위배되는 기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면서 침략행위의 정의유형을 나열하고 있다. 나아가 침략 여부의 결정은 안보이사회에서 하며 이의 강제도 안보이사회에서 하게 하고 있다. 또 『침략전쟁은 국제평화를 침해하는 범죄이며, 침략에 대한 국제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침략으로부터 얻어지는 어떠한 영토의 획득이나 특전도 합법적인 것이 아니며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못박아 침략의 대가는 이득이 아니고 배상책임이라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유엔」총회에서 4반세기 이상의 토론 끝에 합의된 이 정의는 현재의 세계가 비교적 평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서 온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당사국들은 동상이몽적인 해석을 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중공은 이 정의에 정복이나 경제적 침략에 관해서 언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만을 표시했으나 미·소 양대국은 이에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한다. 「아시아」 「아프리카」의 각국들도 제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랍」국가들은 이로써 「이스라엘」이 침략전쟁에서 얻은 영토를 반환해주기를 희망할 것이요, 「이스라엘」은 또 그들대로 이로써 PLO산하 무장「게릴라·그룹」의 활동이 침략으로 규탄될 것이라고 믿고있을 것이다. PLO 등은 『인민들의 자결권·자유 및 독립의 권리는 불가침이다…. 이는 그 권리를 강제로 박탈당한 인민의 권리와…국제법상의 제원칙 선언에 언급된 인민의 권리…』라는 침략정의규정에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유엔」의 「침략정의」는 그 자체로써 완전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또 설사 침략의 정의가 아무리 완벽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써 침략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침략의 예방은 침략에 대한 강제조치의 성공여부에 있다. 영국 「프랑스」 등의 「수에즈」침공이 실패한 것은 미·소 양대국이 이에 반대한 때문이며, 「이스라엘」이 침략전을 성공시킨 것은 미·소가 서로 대립했기 때문이다. 미·소 양대국간의 「데탕트」와 세계평화의 협조가 없는 한 침략전쟁은 근절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 「침략정의」의 채택으로 국제법은 성문화에로 일보 전진했으며 국제 사법재판소에서도 판단의 근거법이 생긴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국제법도 하루 빨리 성문화되고 국제기구에 의한 강제집행이 가능하도록 되어야만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