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야 "합의문서"의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여야의 국회 정상화 합의문서가 4가지나 튀어나와 표현 문구를 놓고 「진본이냐」,「변조냐」로 대립해 국회가 유회되고 있다.
협상 주역 김진만·고흥문 두 사람의 합의「메모」또 정일권 의장이 국회의장단과 총무단연석회의에서 낭독한 합의 문서와 정 의장·김 진만 부의장·김형일 신민당 원내총무가「사인」한 합의문서가 내용이 달라 말썽의 불씨로 등장한 것. 합의문서 흥정과 서명·이의제기까지는 불투명한 몇 대목이 있다.그 경위를 좇아보면-.

<중국 음식점에서의 김.고씨 회담>
문제의 최종 협상안이 마련된 것은 9일 저녁 한강변의 중국 음식점 홍보석. 고흥문 신민당 정무회의 부의장이 제안한 1, 2안이 모두 여당측에 의해 거절된 후 고씨의 제의로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 김 부의장은 집에서 입고있던 한복차림으로 나왔다.
이 자리에서 김 부의장은 야당의 정치의안은 2월 임시 국회에서 다루고 3개의 건의안중 구속자 석방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건의할 수 있으리라고 말했다. 얘기가 진척되어 고 부의장은 신민당 총무단이 마련해 준 4장의 자료를 토대로 5일간의 대정부질문·이에 따른 의제와 임시 국회 소집·정치범 석방 건의를 구술했고 김 부의장은 음식점 「메모」용지에 이를 받아썼다.
고씨가 읽어준 신민당 총무단 자료에는 대정부 질문의제로 「개헌 및 안보」가 명기되어 이를 그대로 읽었고 「정치범 석방 및 사면에 관한 건의안」도 자료에 쓰여진 대로 구술했다고 고씨는 말했다.
다만 의제에 「개헌」을 명기하는데는 김 부의장이 이의를 제기했다는 것. 그러나 개헌 문제를 다룰 바에는「개헌」명기가 왜 안되느냐고 고씨는 명기를 주장했다고 말했다. 뒤에 김 부의장은 『내가 개헌 문귀에 반대했으므로 고씨가 수정한 것으로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고씨는 김씨가 받아 쓴 내용을 다시 확인하지는 않았다. 이때 김 씨가 받아 썼다는「메모」에는 개헌이 아닌 「헌법 및 안보」로, 대정부 건의안은 「구속인사 사면」으로 쓰여졌다.
이 최종선이 『「오케이」야. 내일 정무회의에서 받아들이도록 해』하는 통고가 김씨로부터 이날 하오 10시45분 고씨에게 전해졌다.
고씨는 금씨가 「메모」를 작성할 때 자기의「메모」를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당 간부에게 설명하기 위해 10일 아침 옷을 입으며 비서에게 기억을 정리해 구술했다. 그러나 용어가.미심치 않아 차를 타고 당사로 나오며 비서에게 참고로 했던 자료를 건네주며 그 자료와 비서에게 구술해 준 「메모」를 다시 「체크」. 그래서 「메모」에서 두 군데를 자료에 맞춰 정정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바로 정정한 대목이 나중에 문제가 된 대정부 질문의 제1항「헌법」을「개헌」으로, 「구속 인사 및 사면」을「정치범 석방 및 사면」으로 고친 부분이었다. 이 두 군데를 정정한 「메모」는 바로 김영삼 총재 이철승 부의장 김형일 총무에게 제시된 뒤 김 총무에게 수교됐다.

<국회 의장단 여야 총무단 연석회의>
10일 상오 연석회의에서 정일권의장은 김진만 부의장이 자신의 「메모」원본을 베껴써준 사본을 들고 합의 사항을 낭독했다.
낭독이 끝나자 민병권 유정회 총무는 『헌법이 왜 들어가느냐. 헌법이 어떻게해서 의제가 되느냐』면서「안보 문제」라는 의제 속에 헌법문제를 포함하는 것이라면 받아들일수도 있다고 대안을 제시.
어쨌든 정 의장은 여야가 합의한 사항을 고칠 수 없다고 말했다. 연석회의가 끝난 뒤 김종하 의장 비서실장은 정 의장이 읽었던「메모」를 들고 나와 그대로 발표했다. 그 내용은 헌법「개정」아닌 헌법, 「정치범 석방」 아닌 「구속 인사 사면」이었다.

<3인의「사인」>
연석회담을 끝낸 김 신민당 총무는 바로 3층 신민당 총재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고씨에게가 『미리 합의본대로 결정이 됐다』면서 정 의장이 낭독한 합의문서를「메모」한 것과 고부의장이 주었던「메모」를 내보였다. 고 부의장은 『저 사람들 (의장단을 지칭) 의 「사인」받았소?』라고 묻고는 김 총무가『뭐, 「사인」까지 받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대답하자 『그래도 「사인」을 받아두는게 좋다』고 했다.
김 총무는 고 부의장의「메모」를 국회「메모」지에 새로 베껴 써 가지고 먼저 정 의장에게 가서『아까 말씀하신 그대로 정서해왔으니「사인」을 해달라』고 요청. 이때 옆에 있던 김종하 의장비서실장이 『아까 발표한 내용과 한번 대조를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으나 김 총무는『아까 내용 그대로다』고 거듭 말해 정 의장은 읽어보지 않고 그냥「사인」을 했다는 것이 의장실의 얘기다.
이어 김 총무는 김 부의장에게도 자기 「볼펜」을 꺼내주며「사인」을 요청했는데 김 부의장은『뭐, 다른말은 없겠지. 그냥「사인」하면 되는거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총무는 『아까 내용을 정서한 것이며「「의장도 「사인」을 했다』고 설명. 그래도 김 부의장은 주머니에서 안경을 꺼내 쓰고 문제의 문서를 읽어 보고는 그냥「사인」
김 총무가 돌아간 후 기자들이 『문서 내용중 「헌법 개정」의「개정」은 아까 발표때는 없었던 문구』라고 지적하자 김 부의장은 김준하 비서 실장에게『그렇다면「개정」이란 글자를 까도록(삭제토록)하라』고 지시했다.
김 총무는 다시 총재실에 와 고 부의장도 「사인」하도록 요청했으나 고 부의장이 않했다고하자 자신이「사인」.그러고 있던 중 김 부의장의 지시를 받은 김 비서실장이 찾아와 세사람의 「사인」이 있는 문서를 보여달라면서 삭제 요청은 않은 채 돌아갔다.

<원본대조>
여당측이 일부 「표현」을 정식으로 문제 삼은 것은 11일. 이날 아침 공화당 총무인 김룡태 운영위원장은 여당 소속 운영 위원들에게 헌법「민정」부분과 구속인사「석방」대목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신민당의 황낙주 부총무가 이 요청 사항을 듣고 운영위원장실과 의원 총회장을 서너 차례 들락거리며 김영삼 총재·김형일 총무와 협의했으나 김 총재로부터『일자일획도 고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주저앉았다.
그래서 협상주역끼리 문제를 풀어야한다는 의견이 나와 김진만 부의장은 마침 본회의장에있던 고 부의장을 찾아 『어떻게 헌법 개정으로 했느냐』고 다시 이의를 제기.
그러나 고 부의장이 『헌법이라면 개헌 문제지 무어가 다르냐』고 해서 맞섰다. 뒤이어 김·고씨가 각각 보관했던 협상때 원본을 대조하는 일이 국회의장실에서 벌어졌다.
고 부의장이 보관한 「메모」에서 「헌법」을 지우고 「개헌」으로, 「구속인사」를 지운후 「정치범」으로 새로 써 넣은 것이 나타났고 김 부의장 보관 원본은 고쳐지지 않았다.
김 부의장은 『이것을 보관하기 잘했다』 면서 「개헌」에 합의한일이 없음을 여당간부들에게 설명.
한편 「개헌」 표현이 자신이 서명한 합의서에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정 의장은 김형일 신민당 총무로부터『본의아니게 문구로 말썽을 빚어 죄송하다』는 전화를 받고 『여보, 그럴수가 있소. 근 2O년간 군대생활을 같이했지만 내가 언제 문안을 보고 결재한 것을 본 일이 있소』라고「배신당한 기분」을 토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