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난 시대의 새 건재 GRC-영국서 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목재를 전혀 쓰지 않은 집』이라는 건축가들의 꿈이 실현될 날도 멀지 않은 듯 싶다. 최근 영국에서 GRC(유리로 보강된 「시멘트」)라는 새로운 이름의 건축 자재가 개발되어 목재를 전혀 쓰지 않은 집은 물론 담·하수도·벽 등에 사용, 목재 부족 문제를 타개하는데 크게 기여하리라는 것이다. GRC에 대한 근착 「스펙트럼」(영국의 과학 「리포트」)의 기사를 간추려 소개한다.
인구가 늘고 생활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가옥과 「펄프」에 필요한 목재 수요는 급격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 종래 목재 수출국이던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도 목재의 귀중성을 재인식하고 수출 규제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어서 각국은 심각한 목재 부족 현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사용 목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그러나 최근 영국 건축 연구회(BRE) 과학자들이 유리로 보강된 「시멘트」(GRC)(Glass reinforced cement) 개발에 성공, 집 짓는데 목재를 아예 쓰지 않고 서까래 없는 집, 지하 주차장, 환기관, 「아파트」벽치장 등에 널리 사용할 수 있다는 보고는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원래 영국에서는 집 지을 때 지붕 부분에 목재가 가장 많이 소요되었다. 이번에 개발된 GRC는 지붕 만드는데 드는 목재와 「타일」을 한꺼번에 대체하는 건축 자재다.
이 GRC는 강도가 극히 우수하며 그 속을 비게하여 기포 「폴리스티렌」같은 부도체를 주입하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여 「에너지」 절약에도 효과가 크다고 한다.
GRC의 강도는 3백66m에 걸쳐놓아도 견딜 수 있음이 실험적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는 지붕 중간에 지지목이 없이도 집을 지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게 지으면 다락방도 넓은 공간을 가지게 되므로 보통 방과 같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 다음 연구 과제는 GRC로 마루를 놓아 목재 소비를 줄이고 이밖에도 GRC 창틀, GRC 전주 등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GRC 전주는 재래 「시멘트」 기둥 무게의 3분의 1에 불과한데도 강도는 더 우수하며 다루고 옮기는 데에도 훨씬 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GRC「아이디어」는 원래 소련에서 나왔으나 너무 비싼 「시멘트」가 필요하다고 해서 포기했다.
널리 쓰이는 보통 「시멘트」는 「알칼리」성이므로 여기에 유리를 섞으면 유리가 견디질 못한다. 이 문제를 BRE의 「A·J·마줌다」 박사가 「지르코늄」이 섞인 유리는 「알칼리」에 강하다는 사실을 알아내 해결했다.
값비싸고 부족한 목재에 대신하고, 보기에 좋으며, 절연 효과가 좋고, 자원으로서 풍부한 GRC 자재는 앞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건축 자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펙트럼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