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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비를 줄이려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쌀로 만든 엿이나 약과·산자·강정을 일체 생산 판매 금지케 함은 물론 7푼도 이상 백미도 판매를 금지하며 수요·토요 양일의 무미일제 계속, 음식점에서의 쌀밥은 공기밥만을 팔게 한다는 농수산부 고시가 4일 발표됐다. 위반자에게는 3년 이하의 체형까지 요하기로 한 이 강경책은 격증 일로를 걷고 있는 쌀 소비에 어느 정도 「브레이크」를 걸게 될 것으로 기대되며, 심한 식량 부족 현상이 야기될 전망이 짙은 내년도의 양곡 수급 사정에 비추어 불가피한 고육지책이라 하겠다.
당국의 추계에 의하면 7푼도 이상의 쌀을 판매 금지케 하는 조치만으로도 연간 무려 약52만섬의 절약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한다.
만일 이 같은 추계가 정확한 것이라면 종래 우리는 막대한 외미를 도입해 가면서까지 순전히 「맛」때문에 연간 약50만섬 이상의 쌀을 허비하여 온 셈이다. 지금처럼 쌀이 부족하고 세계적으로 식량이 달리는 형편이라면 7푼도가 아니라 5푼도도 마다하지 말아야 하고, 현미라도 기꺼이 먹기를 권장해야 할 처지에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런 뜻에서 쌀 소비 절약책은 7푼도 이상의 백미 판매금지에만 국한하지 말고 도정율의 더 한층의 인하와 현미 소비의 기술적·경제적 가능성을 더욱 연구해 봄직한 일이다. 실상 해마다 저하되고 있는 우리의 식량 수급 사정은 미곡 생산의 증가율이 인구 증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소비 증가율이 인구 증가율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는데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할 때 우리 국민의 양곡 소비 절약과 그 소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이 확산돼야 한다는 소리는 벌써부터 제기되어 오던 터이다.
그러나 이러한 쌀 소비 절약 방안도 그것이 오직 행정적인 차원에서 만의 추구인 한, 저절로 한계가 있다는 것을 눈감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국민의 식생활을 강제로 바꾸는데 성공한 예는 역사상 일찌기 없을 뿐 아니라,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 행정적인 규제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의 낭비 현상을 일개 고시로써 막을 수는 도저히 없겠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철저한 쌀 소비 억제를 위해서는 행정력의 발동도 필요하겠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다름 아닌 곡가 정책, 즉 쌀값을 다른 식량보다 월등히 비싸게 하는 일이다. 싼값이 다른 곡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면 굳이 쌀 소비 절약을 강조하지 않아도 저절로 낭비를 하지 않게 될 것이며, 당국이 지금 구상하고 있는 것과 같은 행정 조치의 번잡성과 비효율성도 배제할 수 있을 것이다.
쌀값을 오르지 못하게 인위적으로 묶어 두고 쌀 소비 절약을 말하는 것은 전후가 모순된 것이라 말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쌀값을 낮은 것으로 묶어 두는 것은 쌀 소비를 조장한다는 경제적 의미를 갖는 것인데도 이에 대해서는 손을 쓰지 않고 그저 행정적으로 소비 절약을 강행하려 하는 것은 모순이며, 또 따라서 그 결과는 처음부터 제한적이며 소극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쌀의 증산을 위해서도 으뜸가는 정책은 고미가 정책이며, 쌀 소비의 절약과 억제를 위해서도 고미가 정책만이 가장 효과적이며 확실한 방법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쌀의 증산과 소비 절약을 동시에 가져오는데 그치지 않고, 대체 양곡의 증산과 소비 대체를 촉진하는 구실도 다하게 될 것이다. 이점 양정 당국은 인식을 새로이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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