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슬픈 날"… 中·러 "당장 중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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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마침내 이라크를 공격하자 국제사회는 긴장 속에서 전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영국.호주.일본 등 미국 편에 선 나라들과 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 등 전쟁에 반대한 나라들의 반응은 확연히 갈라졌다.

세계 각국에서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랐고 일부 미국 대사관은 잠정 폐쇄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가장 먼저 지지를 표명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20일 "이라크가 오랜 기간 유엔 결의를 무시.경시.우롱해온 만큼 일본은 미국의 공격을 이해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합국으로 참전한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공습 2시간 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20여분간에 걸친 전화통화에서 확고한 협력을 약속하고 곧바로 전시내각 체제로 들어갔다.

그러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라크를 침공한 오늘은 슬픈 날"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한스 블릭스 유엔 이라크 무기 사찰단장도 "추가사찰을 못해 유감스럽다"면서 "그러나 이라크는 전세계가 우려하는 생물.화학무기 사용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까지 이라크전을 반대해온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이른 시일 내에 끝나기를 바란다"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이라크 전쟁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쿵취안(孔泉)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등은)유엔이라는 다자질서의 틀과 정치.외교적 정도로 돌아오라"며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라크전은 심각한 정치적 실수이기 때문에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로마 교황청은 이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깊은 슬픔에 잠겨 세계 평화와 이라크 국민을 위해 기도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주변 아랍국들은 특히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이라크의 공격 우려가 큰 쿠웨이트.이스라엘의 시민들은 이라크군이 개전 수시간 후 스커드 미사일로 자국에 보복 공격을 가하자 공포에 질린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창문을 실리콘.비닐시트로 막는 한편 방독마스크와 방호복을 점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이집트 등 쿠웨이트를 제외한 아랍국에서는 시민들의 반전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으며 일본.필리핀 미국 대사관 앞에는 반전 시위대가 몰렸다. 파키스탄.시리아 주재 미국 대사관은 반미 시위가 잇따르자 안전에 대한 우려로 대사관을 잠정 폐쇄키로 했다.

베를린.런던.도쿄.베이징=유재식.오병상.오대영.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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