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대기업들 수직 계열화 통해 방송채널 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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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창조경제분야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방송산업과 관련해 “방송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박 대통령, 송주영 청년위 정책참여단원, 김영희 MBC예능국 부국장, 조해진 국회 미방위 간사,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변선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최근 방송시장에 진출한 대기업들이 수직 계열화를 통해 방송채널을 늘리는 등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중소 프로그램 제공업체의 입지가 좁아져 방송의 다양성이 훼손된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다. 박 대통령은 “방송통신서비스 분야는 우리 경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에 국민 눈높이에 맞고 균형감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며 “방송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수직계열화’ 발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방송산업에 있어 특정기업이 독점해 공정성과 다양성을 해치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특정기업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해당되는 기업이 몇 개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현재 CJ가 19개(유료채널 2개 포함), 태광 계열의 티브로드가 10개의 케이블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케이블망 사업까지 하고 있어 중소 콘텐트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KBS 수신료를 현실화해 한류 확산을 위한 콘텐트 제작 여건을 확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KBS의 광고수입 비중(41%)이 수신료(39%)보다 많아 시청률 경쟁에 편승하고 광고주의 영향을 받기 쉽다”며 “광고에 영향 받지 않는 참 공영방송을 확립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지상파 방송의 안정적 재원 확보를 위해 광고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전 열린 보고에선 ‘쌀집아저씨’로 불리는 MBC 김영희 PD가 ‘나는 가수다’ 등의 중국 진출 성공기를 창조경제 사례로 발표했다. 김 PD는 예능PD 출신으론 처음 MBC 사장 후보에 공모한 상태여서 “김 PD의 사례 발표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사장 후보 3배수 압축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이날 오후 열린 방문진 임시 이사회에선 안광한 MBC 플러스미디어 사장, 이진숙 워싱턴 지사장, 최명길 전 유럽지사장 등 3명을 사장 후보로 압축했다.

 ◆“정책이 펄떡펄떡 뛰어야”=박 대통령은 업무보고 토론 중 정책과 현장의 협조를 강조하며 “정책이라는 것이 살아 있는 물고기같이 펄떡펄떡 뛰어야지 축 늘어져가지고 그런 생선은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혼란과 관련, “우리가 관행적으로 필요하지도 않은 정보를 너무 많이 수집하지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사이버상에는 지우개가 나왔다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너무 좋아한다. 그것도 새로운 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신용호·강태화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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