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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크디스 "우리가 테러 … 이집트 관광산업 계속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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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6일 밤(현지시간) 헤샴 자주 이집트 관광장관(왼쪽)과 김영소 주이집트 대사(가운데)가 샤름 엘셰이크 국제병원을 찾아 시나이반도 타바에서 성지순례 관광 중 자살폭탄 테러로 부상 당한 한국인을 만났다. 자주 장관은 부상자에게 꽃을 건네며 빠른 회복을 기원했다. [샤름 엘셰이크 AP=뉴시스]

한국인 성지순례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테러를 당한 곳은 이집트 시나이반도 타바의 국경초소였다고 외교부가 부상자들을 인용해 발표했다. 이집트 관광을 마치고 16일 오후 2시40분쯤(현지시간) 이스라엘로 넘어가려던 때였다. 인근 폐쇄회로TV(CCTV)에 촬영된 당시 모습을 보면 폭발과 함께 순식간에 흰 연기가 솟아올랐고 파편들이 수십m를 날아갔다. 이집트 경찰은 CCTV 분석 결과 자살폭탄 테러범이 버스에 올라 세번째 계단을 디뎠을때 폭발물이 터졌다고 결론지었다.

 탑승한 35명(한국인은 33명) 중 현지 여행업체 사장 제진수(56)씨와 가이드 김진규(35)씨, 관광객 김홍열(64·여)씨, 이집트인 운전기사가 숨졌다. 한국인 중 부상을 입은 14명은 인근 병원 2곳에 나뉘어 입원 중이다. 15명은 1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도착, 터키를 거쳐 귀국할 예정이다.

테러 현장 인근 폐쇄회로TV에서 촬영된 지난 16일 버스 폭발 당시 모습. [AP=뉴시스]

 안사르 바이트 알마크디스(예루살렘의 수호자들 )라는 이슬람 과격단체는 17일 트위터로 “시나이반도의 폭탄 테러는 우리가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테러 사흘 전 지하돌로지(jihadology.net)란 웹사이트에 "우리의 길을 막게 두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4분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알마크디스의 기원과 정체는 분명치 않다. 초국가적 이슬람 무장세력인 알카에다의 분파이거나 현재 이집트 최대 반정부 단체인 무슬림형제단과 연계된 조직으로 추정된다. 2012년 한국인 관광객 3명을 납치한 적이 있는 사막 유목민족 베두인이 현재 이 단체를 이끌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알마크디스는 2012년 이스라엘로 통하는 가스관을 폭파하고 로켓을 발사하는 등 이스라엘 공격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이슬람주의를 강조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세속주의 성향인 군부에 의해 축출된 후론 이집트 군경이 공격 목표가 됐다. 지난해 9월 무함마드 이브라힘 내무장관에게 차량 폭탄 공격을 가했다. 지난달엔 카이로 경찰청을 폭파했다.

 이번엔 민간인 관광객으로 타깃을 바꿨다. 알마크디스는 트위터에서 “이집트 경제와 관광산업, 군 사령관들을 대상으로 공격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과거 이슬람 급진단체를 이끌었던 카말 하비브는 워싱턴포스트에 “무장세력의 테러 대상이 (군경에서) 관광산업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에선 1997년 룩소르 무차별 총격(관광객 58명 사망), 2004년 타바 연쇄 폭탄테러(34명 사망), 2005년 샤름 엘셰이크 테러(88명 사망) 등 굵직한 관광객 대상 테러가 이어졌다. 하지만 2008년 이후론 자취를 감췄다. 무르시 축출 이후 친-반정부 세력 간 대립이 격화되자 관광객 공격을 통해 정부 재정에 타격을 입히는 방향으로 반정부 세력의 전략이 바뀌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집트는 관광산업이 국가 경제의 11%, 외화 수입의 20%를 차지하는 나라다.

 ◆한국 신속대응팀 파견=박근혜 대통령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에게 “신속히 상황을 파악해 사망자 시신 안치와 부상자 구호, 필요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17일 밝혔다. 한국 정부는 이날 오전 외교부와 경찰청 관계자 등 4명의 대응팀을 현지로 파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6일 긴급 성명을 발표해 이번 테러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 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별도 성명을 내 희생자와 가족, 한국·이집트 정부에 위로의 뜻을 표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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