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 새마을 진료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구료 시혜의 문이 좁기는 영세민도 생보자와 마찬가지다.
보사부가 집계한 73년 말 현재 전국의 영세민 수는 1백30만7백71명 (28만8천5백16가구).
이들이 현행 의정 시책상 구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시장·구청장의 구호의뢰에 의한 시·도립병원 행과 ▲새마을 진료권에 의한 비영리 의료 기관 (전국 1백15개) 행 두가지 뿐이다.
그러나 영세민의 시·도립 병원 이용은 이들 의료기관의 생보자 구료 원칙상 극히 예외적인 것이어서 사실상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새마을 진료권 한 길 뿐인 셈이다.
새마을 진료권은 보사부가 71년5월 훈령 1백48호 (비영리 의료 기관 개설 허가 등에 관한 사무 취급 규정)로 전국 비영리 의료 기관에 의무화한 30% 무료 진료 조치 (74년부터는 15%)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자 이의 대안으로 실시한 것.
72년8월 서울시에서 처음 실시되고 금년 5월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그동안 발행된 진료권은 월간 약 3만장 (연간 36만장). 입원·외래신환율과 평균 입원 및 통원 기간을 종합, 산출한 영세민 예상 환자 연인원수 41만명과 거의 맞먹는 숫자여서 넉넉한 발급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시행된 서울의 경우도 20만 영세민의 월간 유병율을 1·5%로 잡고 작년 1년 동안 26개 주요 의료 기관에서 매월 3천3백장의 진료권율 받아내 입원 연인 월 1만2천4백2명 (실 인원 1천2백여명)과 외래 연인원 8만9천7백66명을 치료한 것으로 집계돼있다.
새마을 진료권이 등재된 영세민을 충분히 「커버」하고 있다는 실적.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숫자상의 풀이이고 실제에 있어 새마을 진료권은 갖가지 진료말썽을 빚어온 것이 사실이다.
서울 영등포구 시흥 2동의 경우 11월분 새마을 진료권 28장을 배정 (영세민 2천82명) 받아 18일 현재 8장이 나갔다.
그러나 환자 중 한강 성심병원 등 해당 의료 기관을 찾아가 제대로 치료를 받았다는「케이스」는 전신이 쑤시는 증세, 해수병 등 가벼운 질환의 박규희씨(45·여·24통 4반) 등 3명뿐. 나머지 5명은 첫날 한번 밖에 치료를 못 받아 불평을 털어놓고 있다.
그중 10통 9반 하두애씨 (43)는 자궁암으로 지난 1일 발행 병원인 원자력 병원을 찾았으나 병원 측은 당일 전기 치료 한번만 해주고 『연락해 줄테니 그때 다시 오라』며 돌려보낸 뒤 l8일까지 아무런 연락을 해주지 않고 있다. 결핵환자 강병혁씨 (50·22통 7반). 결핵성척추염 이시녀씨 (45·14통 7반), 노쇠병 이복진씨 (68·8통 3반) 등도 첫날 약만 받고 똑같이『다시 연락하겠다』는 말로 사실상 진료를 외면 당했다.
지난 2일 한강 성심병원을 찾았던 이복진 노파는 『다시 연락하겠다』는 말을 정말로 믿고 올 줄 모르는 희소식을 기다리며 동회를 날마다 찾고 있다.
이들 고질환자의 경우 시·도립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도립 병원은 다시 중앙병원 (국립의료원)에 책임을 떠넘기고 중앙병원을 찾으면 「베드」가 없다는 소리가 보통. 환자들은 새마을 진료와 국·공립의 무료 진료 사이를 개미쳇바퀴 돌듯 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새마을 진료권은 그 동안의 진료 실적에도 아랑곳없이 『빛 좋은 개살구』 취급을 받기도 한다.
서울 영등포구 신정동 (영세민 2천4백2명)의 경우 지난 10월 11장 중 2장 밖에 안나가 9장을 고스란히 반납했고 시흥 2동도 12장 중 2장 밖에 안나가 10장을 되돌려 보냈다.
환자가 예상 발병율 보다 적게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같은 저조한 이용율은 새마을 진료권이 실제로 영세 환자들에게 제대로 도움이 되고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를 던져 주는 것이기도 하다. <김종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