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퇴폐」단속에 서리맞은 유흥업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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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밤낮으로 난잡과 퇴폐의 온실로 상징됐던 유흥업소가 찬바람을 맞는다..
「바」,「카바레」,「나이트·클럽」, 주점, 「살롱」등 서울시·경찰합동단속반에 걸린 유흥업소는 14일 현재 조사대상4백1개소의47%인 1백90개소.
대왕「코너」화재사건을 계기로「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로 뒤늦게 단속에 나선 서울시는 시 직원·경찰관 20명동 60명으로 된 합동단속반을 서로 관할구역을 바꾸어 단속을 실시, 위반업소를 무더기로 적발했다. 위반업소는 종전에 단속대상에서 눈감아주던 칸막이 밀실업소가 적발업소의 60%인 1백19개소나 되었고 종업원보건증 미소지, 화장실「팁」수수행위, 조명도, 영업시간 위반동의 순.「홀」안에 밀실처럼 만드는 칸막이시설은 퇴폐행위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어왔다.
지난 6월 집계로 칸막이 유흥업소는 서울시내만도 2백33개소.
뒤늦은 단속은 칸막이업소가 뻔히 있는 줄 알면서도 당국이 눈감아 주어 왔다는 것을 실증한 셈-.
중구 무교동 C「살롱」은 20일전 30여 평의「홀」안에 3백만원을 들여 밀실14개를 만들었으나 이번 단속에 걸렸다.
주인 정모씨(27)는『10여명의「호스티스」까지 새로 모집, 그 동안 하루2백여명의 손님이 붐볐으나 요즘에는 절반으로 줄었고 칸막이를 없애고 조명시설을 바꾸자면 다시1백만원 가까이 또 들게되어 자진 휴업사태를 면할 수 없게됐다』고 했다.
중구 명동2가K「살롱」- 요즘4∼5일간 거의 매일 서울시·보건소·경찰의 단속을 받아 칸막이 방의 「커튼」을 떼 냈다. 「호스티스」들의 복장도 단정해져「홀」안은 어울리지 않게 의젓한 분위기.
주인 유모씨(60·여)는『「보이」들에게「살롱」앞 길거리에 나가 특별「서비스」, 「노 브라·노팬티」등을 외치며 손님을 끌지 못하게 지시하고「호스티스」들에게는 손님 앞에서 절대로 옷을 벗지 못하게 했다』면서『칸막이를 없애니까 손님이 3분의1로 줄어들었다』고 투덜댔다.
서울 시내에서도「섹스·무드」를 풍기기로 이름났었던 무교동 K「홀」은 첫「케이스」에 걸려「내부 수리 중」이란 딱지를 붙여놓고 휴업 중.
도심지 유흥가가 된서리를 맞는 대신 변두리 술집이 오히려 잔재미를 본다는 얘기.
신촌·불광동·영등포일대의 유흥가는「칸막이」정의에 걸릴 듯 말 듯한 키 높은 의자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아직은 단속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이 덕분에 도심에 밀리던 술꾼들이 변두리에 몰려 손님은 전보다 별로 줄지 않는다는 것.
초저녁부터 흥청대던 관광「호텔」의「나이트·클럽」도 대왕「코너」화재사건 후 현저히 손님이 줄어 요즘은 어두운 조명 속에서 그저 한산한 분위기. 한「테이블」「서비스」에 아가씨들「팁」만 1인당 5천원씩 지불하던「나이트·클럽」도 빈「테이블」수가 늘어 밤11시만 되면 정시에「밴드」가 멈춘다.
중구 남대문로5가 C「살롱」주인 박모씨(40)는『요즘은 불경기라 밀실 없이는 술장사가 안된다. 조금 지나면 밀실 술집이 다시 번창할 것』이라며『다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행정의 무능을 다시 기대해 본다는 듯 의미 있는 말을 남겼으나 한 손님은『지금까지 분수에 넘치게 흥청망청도 어지간히 했다. 이제 유흥업분위기도 정리할 때가 됐다』고 말하기도.<김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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